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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양자컴퓨터, 비트코인 '아킬레스건' 되나…구글·블랙록도 '보안붕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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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양자컴퓨터, 비트코인 '아킬레스건' 되나…구글·블랙록도 '보안붕괴' 경고

구글, RSA 암호 해독 시간 20분의 1로 단축…비트코인 ECC도 "안심 못해" 근본 취약점 우려
블랙록도 ETF 위험요인에 명시…업계, '양자내성암호' 개발로 대응책 마련 분주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비트코인 보안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과 블랙록 또한 이러한 '보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구글은 RSA 암호 해독 시간을 20분의 1로 단축하는 성과를 보이며 비트코인의 ECC(타원곡선 암호)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취약점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노트북 체크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비트코인 보안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글과 블랙록 또한 이러한 '보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구글은 RSA 암호 해독 시간을 20분의 1로 단축하는 성과를 보이며 비트코인의 ECC(타원곡선 암호)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취약점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노트북 체크
미국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팀이 최근 널리 쓰이는 RSA 암호 해독에 필요한 큐비트 수를 크게 줄이는 새 기술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보안 시스템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양자컴퓨터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포브스재팬이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암호화폐(이하 암호자산으로도 표기) 보안이 단기간에 양자컴퓨터로 인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크레이그 기드니 구글 연구원은 "RSA 암호(2048비트)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양자 자원이 기존 예상치의 약 20분의 1로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과 비슷한 공개키 암호화 알고리즘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큐비트 수도 언급했다.

◇ 구글發 '퀀텀 쇼크'…비트코인 보안 빨간불?


비트코인은 RSA 암호 대신 타원곡선암호(ECC)를 사용해 이번 구글 연구가 직접 위협은 아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낙관론은 힘을 잃는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하면 기존 암호 알고리즘(ECC 포함)이 무력화될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달러(약 13만7430 원)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유명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이번 구글 논문 발표 후 X(옛 트위터)에 "이것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현재 다른 모든 상황과 맞물려 안전자산은 실물자산, 특히 금(골드)뿐이라는 의미"라고 썼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지난 5월 9일, 자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위험 요인 목록에 양자컴퓨터 관련 경고 문구를 조용히 포함시켰다. 약 10조 달러(약 1경3742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의 큰 기대를 모았던 비트코인 ETF 시장 진출을 이끌고, 올해 1월 여러 'IBIT' 현물 ETF를 내놓았다. 현재 블랙록 IBIT 펀드는 발행량이 2100만 개로 묶인 전체 비트코인의 약 3%인 700억 달러(약 96조940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록의 지나친 네트워크 지배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랙록은 지난 9일 수정한 비트코인 펀드 관련 규제 당국 제출 서류에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세계 정보기술 시설에서 쓰는 다수 암호화 알고리즘의 효과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암호화 알고리즘도 여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2030년 전 ECC도 무력화" 경고…'양자내성암호' 개발 사활


구글을 비롯한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연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양자컴퓨터 위협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30년 이전에 양자컴퓨터가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자컴퓨팅 위협에 맞서는 블록체인 보안 시설 '나오리스 프로토콜(Naoris Protocol)'의 데이비드 카르발류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금으로서는 양자 공격이 현실화할 때 이를 막아낼 블록체인은 없다"며 "그때는 2030년보다 매우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마치 몽유병처럼 파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암호학계와 블록체인 업계 또한 양자내성암호(포스트퀀텀 암호)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며 기술 발전에 따른 알고리즘 교체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물론 암호기술 교체에는 시간과 비용, 네트워크 합의 등 현실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10~30년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낙관론도 일부 제기된다.

◇ '양자 리스크'에 가격도 주춤…거시경제 변수가 관건


비트코인 가격은 6월 1일 현재, 최근 최고가인 11만2000달러(약 1억5393만 원)에서 약 10% 급락해 한때 10만3000달러(약 1억4156만 원) 선까지 내렸다. 시장 관심은 10만 달러(약 1억3744만 원) 지지선에 쏠린다.

마커스 틸렌이 이끄는 10x 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는 이메일 논평을 통해 "이번 주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장기 보유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오는 6일 미국에서는 월간 고용동향이 발표되고, 이와 함께 많은 경제·노동시장 지표가 나올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란 많은 예산조정법안 '원 빅 뷰티풀 빌(크고 아름다운 법안)' 상원 심의와 그가 촉발한 세계 무역 관세 관련 법적 다툼 역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다.

비트코인 강세론자들은 투자 심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며, 시장 밖에는 여전히 막대한 돈이 대기 중이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 ETF 운용사 21셰어스의 맷 매너 전략가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약 7조 달러(약 9544조50000억 원), 채권형 ETF에 추가로 2조 달러(약 2727조 원)가 여전히 묶여 있다"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조금만 되살아나도 암호화폐를 비롯한 고베타 자산(시장 대비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10만5000달러(약 1억4431만 원)에서 11만 달러(약 1억5119만 원) 사이를 강하게 뚫으면 12만 달러(약 1억6494만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더욱이 우리가 앞서 제시한 올 연말 목표가 13만8500달러(약 1억9034만 원)에 여름이 가기 전에 이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자컴퓨터의 빠른 발전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암호자산) 보안에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