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의 반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수익 확보를 택한 이번 결정은 영화관의 기본적인 상영 방식의 기준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AMC는 영화 본편 시작 직전인 ‘플래티넘 슬롯’에 광고를 삽입하기로 하고 광고 전문업체 내셔널 시네미디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광고 시간대는 관객의 집중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리걸과 시네마크 등 경쟁 체인은 이미 2019년부터 도입한 바 있다.
AMC는 당시 “관객들이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이 광고 슬롯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는 표현을 쓰며 입장을 바꿨다. 회사 측은 “지난 5년간 기본 티켓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며 “경쟁사들은 이 방식을 5년 이상 사용해왔으며 관객 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MC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도 예고편과 광고 등으로 약 20분의 상영 전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이번 결정이 이 시간을 얼마나 추가로 늘릴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광고 시청 시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내셔널 시네미디어는 201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에서 “계약 체인에 대해 상영 시간 이후 최대 5분간 광고를 허용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극장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리서치 업체 옴디아의 시네마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핸콕은 NYT에 “이 시간대는 관객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집중하는 구간이어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값진 슬롯”이라고 말했다.
AMC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개인투자자 중심의 밈 주식 열풍으로 회생한 바 있다. 이후에도 관객 수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형 체인들은 티켓 요금 인상 대신 광고, 구독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AMC가 끝까지 유지해왔던 ‘광고 최소화’ 원칙을 철회한 것은 극장업계 전체에 실질적 표준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관객 반응은 엇갈린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AMC 극장에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커닝’을 보러 온 토머스 에르난데스(45)는 “광고가 있으면 늦게 도착해도 본편을 놓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밤 11시 상영이면 자정에 영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면 그건 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단다단: 이블 아이’를 보러 온 제인 로스먼(30)은 “광고는 이제 대형 체인 영화관에서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며 “작은 독립 영화관을 더 자주 찾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AMC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수익 전략을 넘어 관객의 영화관 경험을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 상업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기준점”이라며 “극장이 더는 ‘조용한 상영 공간’이 아니라 복합 광고 플랫폼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