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행정명령에 달아오른 우라늄…미국 '원자력 르네상스' 본격화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행정명령에 달아오른 우라늄…미국 '원자력 르네상스' 본격화

2050년까지 원전 4배 확대 목표…안보·기후변화 대응 명분
우라늄 가격 7% 급등, 관련주 일제히 상승…건설 비용·규제는 여전한 과제
미국 유타주 모아브 인근의 우라늄 광산.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유타주 모아브 인근의 우라늄 광산.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국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본격화하면서 지난 25년간 침체했던 원자력 발전과 우라늄 등 주변 산업계가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포브스 재팬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단순한 에너지 정책 변화를 넘어 경제, 안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원자력 부흥' 이끄는 트럼프 행정명령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한 4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내용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첨단 원자로 기술 개발 △에너지부(DOE)의 원자로 시험 개혁 등으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이끄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이 포괄 계획에는 차세대 원자로의 신속한 인허가, 원전 직접 지원과 함께 국내 우라늄 산업 강화 방안이 핵심으로 담겼다. 이번 정책 전환은 단순히 경제 측면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현재 미국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의 약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며, 특히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같은 구 동구권 국가가 주요 공급원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핵심 광물 시장의 전략상 취약성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원자력은 기술 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신뢰도 높은 베이스로드 전원으로서 미국 전력 시장의 중요 축을 맡았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대형 재난을 겪으며 전 세계의 원자력 관심은 급격히 식었다. 여기에 규제 장벽, 회의적 여론,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같은 저렴한 대체 에너지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성장은 멈췄다. 수요가 줄자 우라늄 시장은 지난 10년간 공급이 넘쳤고, 가격 폭락 탓에 많은 광산이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줄여야 했다.

◇ 2050년까지 원전 4배로… 구체적 청사진 공개


미국 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설비 용량을 현재의 3~4배인 3억~4억kW로 늘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형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마이크로 원자로 도입,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재가동 등 여러 전략을 함께 추진한다. 또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과 실증은 물론 인력, 부품, 연료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도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 가격·주가 급등… 시장은 즉각 '환호'


정부의 방침 전환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대통령령 발표 직후 오랫동안 침체했던 우라늄 선물 가격은 약 7% 뛰었다. 캐메코와 에너지퓨얼스 등 미국 내 주요 우라늄 광산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세계 우라늄 시장 역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평균 8%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 회사들도 우라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여러 우라늄 생산업체가 전력사와 장기 공급 계약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시장 수요 회복과 가격 안정, 신규 투자 기반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정책 발표와 투자자들의 낙관이 단기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실제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추진력을 잃은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막대한 건설 비용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일부 환경 단체의 뿌리 깊은 반대 역시 여전한 걸림돌이다. 성공하려면 전력사들이 실제 계약을 하고, 의회가 초당적으로 지지하며, 개발사가 첨단 원자로를 설계도에서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 장기 계약· SMR 상용화가 지속 가능성 '열쇠'


앞으로 원자력 부흥이 계속될지 가늠하려면 시장은 몇 가지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전력 회사와 국내 광산 기업 사이의 장기 계약 체결 △정부 지원금의 신속하고 효율 높은 배분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핵심 지표다.

더불어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인도 등 주요국도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정책을 다시 살피고 있어, 이러한 세계적 흐름이 우라늄 수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아직 '우라늄 르네상스'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정책 방향과 안보 필요성, 저탄소 기저 전원 확보라는 명분이 맞물리면서 원자력 부활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을 지닌 투자자에게 지금의 변화는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이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