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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대 0의 신화, 왜 '하늘의 제왕' F-15는 판매량에서 F-16에 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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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대 0의 신화, 왜 '하늘의 제왕' F-15는 판매량에서 F-16에 밀렸나

압도적 성능에도 '높은 가격·운용비'가 발목…'헝그리 파이터' F-16은 세계 표준으로
미 공군, F-15EX로 21세기형 '미사일 트럭' 부활…인도 MRFA 사업서 다시 맞붙어
최첨단 항전 장비와 가공할 무장 탑재력을 갖춘 미 공군의 최신형 F-15EX 이글 II(위)와 전 세계 베스트셀러 전투기 F-16의 최신 개량형인 '바이퍼'(아). 두 기종은 2040년 이후에도 각국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하늘을 지킬 예정이다.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최첨단 항전 장비와 가공할 무장 탑재력을 갖춘 미 공군의 최신형 F-15EX 이글 II(위)와 전 세계 베스트셀러 전투기 F-16의 최신 개량형인 '바이퍼'(아). 두 기종은 2040년 이후에도 각국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하늘을 지킬 예정이다. 사진=미 공군

반세기 동안 세계 하늘을 지배해온 두 전설, F-15 이글(Eagle)과 F-16 파이팅 팰컨(Fighting Falcon)의 경쟁이 2026년 현재형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공중전 전적 '104대 0'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가진 F-15가 왜 판매량에서는 F-16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는지, 그리고 최신 개량형인 F-15EX와 F-16V가 미래 전장에서 어떤 전략적 가치를 갖는지 인도 국방 전문 매체 유라시안타임스의 심층 분석을 토대로 진단한다.

'무패의 제왕' F-15, 체급과 비용이 가른 엇갈린 운명


1972년 첫 비행을 시작한 F-15 이글은 오직 '제공권 장악'만을 위해 설계된 쌍발 엔진의 중(重)전투기다. 이스라엘 공군을 중심으로 실전에서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고 104대의 적기를 떨어뜨린 신화적 존재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성능은 역설적으로 '비싼 몸값'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F-15는 거대한 기체와 정교한 쌍발 엔진으로 인해 도입가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이 막대했다. 이 때문에 미국 외에 이스라엘,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소수 국가만이 이 '제왕'을 소유할 수 있었다. 반면, F-15의 높은 비용에 반발한 이른바 '전투기 마피아'들의 주도로 탄생한 F-16은 단발 엔진의 가벼운 몸집과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 4600여 대가 팔려나가며 '서방의 표준'이 됐다.

21세기형 변신…F-15EX '미사일 트럭' vs F-16V '바이퍼의 진화'


최근 미 공군은 5세대 스텔스기인 F-22와 F-35를 보조할 전력으로 F-15EX 이글 II를 전격 도입하고 있다. F-15EX는 스텔스 성능은 부족하지만, 무려 13.3톤의 무장을 23개 하드포인트에 쏟아부을 수 있는 '미사일 트럭'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며, 기체 수명은 기존 모델의 두 배인 2만 시간에 달한다. 대당 가격은 약 9000만~9700만 달러(약 1300억~1400억 원)로 5세대 기체에 육박하는 고가 장비다.

이에 맞서는 F-16V(블록 70/72) '바이퍼'는 최신 AESA 레이더(APG-83)와 5세대급 항전 장비를 탑재해 4.5세대 전투기로 진화했다. 대당 4000만~7000만 달러(약 578억~1000억 원) 수준의 '가성비'를 앞세워 여전히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필리핀 등 중견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인도 시장을 겨냥해 F-16V를 기반으로 한 인도 전용 모델 'F-21'을 제안하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파키스탄의 F-16 개량과 인도의 선택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남아시아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PAF)은 최근 6억 8600만 달러(약 9900억 원) 규모의 미국 지원을 통해 보유 중인 70~80대의 F-16을 2040년까지 운용 가능하도록 대대적으로 개량하고 있다. 이는 인도가 추진 중인 114대 규모의 MRFA(다목적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라팔(Rafale)뿐만 아니라 F-15EX와 F-21(F-16 개량형)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

한국 국방에 미칠 영향은?


미국의 F-15EX 도입과 F-16V 개량 사업은 우리 공군의 전력 구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군은 현재 F-15K 60여 대의 성능 개량 사업을 앞두고 있으며, KF-16의 성능 개량은 이미 진행 중이다.

특히 F-15EX에 적용된 강력한 전자전 체계(EPAWSS)와 질화갈륨(GaN) 기반 AESA 레이더 기술은 향후 우리 F-15K 개량 시 핵심 검토 대상이다. 또한, 미 공군이 스텔스기(F-35)와 고화력 기체(F-15EX)를 혼합 운용하는 '하이-하이(High-High)' 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우리 군 역시 국산 전투기 KF-21과 개량된 F-15K를 어떻게 조합하여 북한의 고도화된 방공망과 주변국의 5세대 전력에 대응할지 정교한 '유·무인 복합 체계'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할 시점이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