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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국인 투자 촉구에도 中 기업들 주저…정책 불확실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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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국인 투자 촉구에도 中 기업들 주저…정책 불확실성이 원인

SelectUSA 정상회의 중국 참가자 50명으로 급감…2018년 150명에서 3분의 1 수준
관세·블랙리스트·정치적 저항 증가로 투자 환경 복잡화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생산 기지 위치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생산 기지 위치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사진=로이터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달 SelectUSA 투자 정상회의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미국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011년 이래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연례 정상회담에 최대 규모 외국 대표단을 파견했던 중국은 올해 약 50명의 대표단만 보냈다. 이는 2023년 80명, 2018년 150명 이상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수치로, 양국 간 투자 냉각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이 직면한 장애물로는 관세, 블랙리스트, 비자 제한, 정치적 저항 증가 등이 있다. 특히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에서 중국 투자에 대한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고션(Gotion)은 미시간주에서 26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가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 의혹에 대한 법적 분쟁과 현지 반대로 지연됐다.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 CATL도 정치적 반발과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 등재 후 미시간 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주별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아칸소주 상무부 장관 휴 맥도널드는 "중국 투자를 지원하지 않는 데 매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의 적대국"이 군사기지 근처 토지를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개방적이다. 배리 브룸 캘리포니아 그레이터 새크라멘토 경제위원회 회장은 무공해 차량, 배터리 기술, 태양에너지 등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15년간 캘리포니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으며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8위를 차지한다.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도 태도 변화를 보인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중국이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을 지지한다면 중국 투자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중국 기업이 10% 지분을 보유한 19억 달러 규모 전기 배터리 공장을 승인했다.

뉴욕 기반 컨설팅회사 iMpact의 크리스 페레이라 CEO는 "최근 관세 인하는 환영받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은 기대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의 고객이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면서 국제전략을 계속 다각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약 100개 중국 기업 중 절반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투자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응답자 22%는 투자를 대폭 삭감하거나 철회할 것이라고 답했고, 28%는 완만한 인하를 계획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미 투자는 2017년 이후 급감해 2024년 14억2천만 달러로, 트럼프 1기 시작 연도인 2017년 468억6천만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홍콩 소재 나틱시스의 게리 응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정책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지지 않는 한, 중국 기업들은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철폐만으로는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투자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는 기업들은 미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이라는 "이는 기업들이 회복력, 규제 인식, 장기적 포지셔닝을 염두에 두고 세계화 플레이북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