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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제3국 신속추방' 재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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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제3국 신속추방' 재개 허용

지난 2월 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시더런 아파트 단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단속 작전을 벌인 뒤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시더런 아파트 단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단속 작전을 벌인 뒤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제3국 신속추방 정책의 재개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본국 송환이 어려운 이민자들을 수단 등 제3국으로 빠르게 추방하는 조치가 다시 가능해졌다.

24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 우세한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민자들의 제3국 추방을 일시 중단시켰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간략한 명령문 형식으로 발표됐으며 대법원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자유주의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동료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과 함께 19쪽에 달하는 반대 의견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수천 명을 고문과 죽음의 위험에 노출시킨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런 통보나 변론 기회 없이 누구든 어디든 추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에서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미얀마, 베트남, 쿠바 출신 이민자 8명을 본국 대신 남수단으로 추방하려던 계획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 5월 비행기에 태워졌으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브라이언 머피 연방판사가 추방 명령이 부적절했다며 제동을 걸자 미국의 지부티 해군기지로 목적지를 변경한 바 있다.

머피 판사는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에도 고문이나 심각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면 당사자에게 변호인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트리샤 맥러플린은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추방 항공기를 가동할 시간”이라며 “이번 판결은 미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한 승리”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는 본국으로 송환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민자들을 파나마, 코스타리카, 남수단 등 협정을 맺은 국가로 신속히 보내는 조치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 국가 대부분은 내전과 폭력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어 인권단체들은 고문, 수용소 내 학대, 처형 등의 위험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남수단으로 보내진 이민자들은 추방 전 단 16시간의 사전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로 잘못 추방한 과거가 드러나 과테말라 출신의 성소수자 남성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보내야 했다. 이 남성은 멕시코에서 성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 추방 이후 이민자를 다시 들여보낸 첫 사례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사 사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갱단 혐의를 받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려 했으나 대법원이 18세기 전쟁법에 따라 법적 대응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판결하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민 문제뿐 아니라 성전환자 군 복무 금지, 연방정부 조직 축소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대법원에서 연이어 승인을 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