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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공룡' 셰브론, 리튬 전쟁 참전… 엑손모빌과 '하얀 석유'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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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공룡' 셰브론, 리튬 전쟁 참전… 엑손모빌과 '하얀 석유' 대격돌

美 스맥오버 지층 채굴권 확보, DLE 기술로 승부수
SK온· LG화학 선점한 엑손모빌과 2년 격차... 북미 리튬 패권 경쟁 가열
기존 증발식이나 암석 채굴 방식보다 빠르고 환경 영향이 적은 셰브론의 직접 리튬 추출(DLE) 공법 설명도. 사진=셰브론이미지 확대보기
기존 증발식이나 암석 채굴 방식보다 빠르고 환경 영향이 적은 셰브론의 직접 리튬 추출(DLE) 공법 설명도. 사진=셰브론
미국의 거대 석유 기업 셰브론이 석유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미 SK온과 LG화학을 고객사로 확보한 경쟁사 엑손모빌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셰브론은 24일(현지시각) 아칸소주와 텍사스주에 걸쳐 있는 '스맥오버 지층(Smackover formation)'의 리튬 채굴권을 확보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투자 회사 에너지 앤 미네랄스 그룹(The Energy & Minerals Group)의 지원을 받는 테라볼타 리소시스(TerraVolta Resources)와 이스트 텍사스 내추럴 리소시스(ETNR)에서 부지를 인수했다.

◇ 축구장 7만개 면적…'리튬 보고' 채굴권 확보


이번 인수로 셰브론은 텍사스 북동부와 아칸소 남서부에 걸쳐 축구장 7만 개와 맞먹는 약 12만5000에이커(약 5만 헥타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확보했다. 셰브론은 이곳에서 기존 증발식이나 암석 채굴 방식보다 빠르고 환경 영향이 적은 첨단 기술인 직접 리튬 추출(DLE) 공법을 적용해 리튬을 생산할 방침이다. 셰브론은 이 공법이 염수에서 특정 자원을 추출해 온 기존 사업 경험과 큰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스맥오버 지층 일대는 북미 리튬 생산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연구에 따르면 이곳의 매장량만으로도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여러 차례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다. 이미 독일의 랑세스(Lanxess)와 캐나다의 스탠더드 리튬(Standard Lithium)이 이 지역에서 공동으로 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 IRA 발맞춰 공급망 구축...'추출→공급' 수직 통합 목표


셰브론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내 핵심 광물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에 발맞춰 안정된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셰브론은 앞으로 자원 평가와 시험 생산을 거쳐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장기적으로 리튬 추출부터 배터리급 원료 공급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 가치사슬 구축을 목표로 한다.

셰브론의 제프 구스타브슨 신에너지 부문 사장은 "이번 인수는 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고 미국 내 핵심 광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 투자"라며 "안정된 국내 리튬 공급망 구축은 미국의 에너지 리더십 유지와 증가하는 고객 수요 충족에 필수다. 이번 기회는 지하 자원 개발과 가치 사슬 통합 등 셰브론이 가진 여러 강점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 '2년 먼저 출발' 엑손모빌… 韓 배터리 고객사 선점


하지만 셰브론은 경쟁사 엑손모빌에 비해 약 2년가량 뒤처졌다는 평가다. 엑손모빌은 지난 2023년 약 12만 에이커 규모의 채굴권을 먼저 확보하고 2026~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시추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대표 배터리 기업인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된 수요처까지 확보했다. 다만 엑손모빌 역시 아직 상업 생산에 돌입하지 않았으며, 독일 자회사 에쏘(Esso)를 통해 유럽 내 리튬 탐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거대 석유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의 핵심 광물인 리튬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