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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선 다 뽑는다” 삼성 ‘빛의 반도체’ 파운드리 시동... AI 전력 파산 막을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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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선 다 뽑는다” 삼성 ‘빛의 반도체’ 파운드리 시동... AI 전력 파산 막을 게임 체인저

전력 소모 50퍼센트 감축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로드맵 가속... 데이터센터 전력 고갈의 유일한 해법
엔비디아와 TSMC 결속 흔들 차세대 광반도체 공정 선점... 종합 반도체 기업만의 수직 계열화 승부수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JP모건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2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 수율의 조기 안정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3배 확대, 낸드플래시 분기 연속 100% 가격 인상이라는 세 축의 반격 전략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JP모건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2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 수율의 조기 안정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3배 확대, 낸드플래시 분기 연속 100% 가격 인상이라는 세 축의 반격 전략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칩 사이를 촘촘히 잇던 구리 배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빛의 통로가 채운다. 삼성이 예고한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실리콘 광전자 공학) 파운드리는 전기 저항과 열 발생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도전이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시대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전력 공급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실리콘 포토닉스 파운드리 사업을 공식 상용화 로드맵에 올렸다. 이는 단순한 공정 추가를 넘어 반도체 칩 사이의 데이터 전송 방식을 전기 신호에서 빛으로 바꾸는 혁명적인 전환점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설계 자산 및 지적 재산권 전문 매체인 디자인 앤 리유즈(Design & Reuse)가 전한 바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광학 소자를 실리콘 공정에 통합하는 기술을 파운드리 고객사들에게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는 문자 그대로 전력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과 이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기존의 구리 배선은 데이터를 전달할 때 저항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열을 발생시키고 전력을 소모하지만, 삼성전자가 꺼내들려고 하는 실리콘 포토닉스는 이 구리선을 빛의 통로로 교체하여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전기 저항 제로를 향한 빛의 파운드리 전략


실리콘 포토닉스는 실리콘 반도체 기판 위에 광학 소자를 통합한다. 전기 신호를 레이저 광신호로 변환하여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전송 거리에 따른 신호 손실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는 이 고난도 공정을 파운드리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팹리스 기업들이 저전력 고효율 AI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TSMC와의 격차를 뒤집을 삼성의 패키징 승부수

반도체 업계는 단순히 칩을 작게 만드는 선폭 경쟁에서 벗어나 여러 칩을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 경쟁으로 옮겨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광반도체 공정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는 시피오(CPO, Co-Pakaged Optics, 광학 모듈을 프로세서와 최대한 가까이 배치하여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기술) 기술을 통합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파운드리 1위인 TSMC조차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종합 반도체 기업만의 강력한 수직 계열화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비디아도 외면 못할 압도적 대역폭의 매력


AI 칩 성능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존 구리 기반 인터페이스보다 대역폭을 수십 배 확장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설계 기업들이 성능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삼성의 광반도체 파운드리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제공하는 빛의 속도가 차세대 AI 반도체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도체 제조의 중심축이 구리에서 빛으로 이동한다


이번 선언은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자의 이동에서 광자의 이동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의 상용화를 본격화하며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계산이다. 인프라 전체의 에너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이 기술은 향후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백만 클릭을 부르는 인류 최첨단 기술의 향방


인공지능의 진화가 멈추지 않으려면 전력과 열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쏜 빛의 화살은 그 한계를 돌파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삼성의 로드맵이 얼마나 빠르게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어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에 이식될지에 쏠리고 있다. 반도체 역사는 실리콘 포토닉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지도 모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