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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란, 전쟁 이후 국내 탄압 강화…쿠르드 지역 중심 대규모 체포·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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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란, 전쟁 이후 국내 탄압 강화…쿠르드 지역 중심 대규모 체포·처형

지난 23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3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12일 간 전쟁 이후 이란 정부가 반정부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르드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체포와 군 병력 투입, 심지어 공개 처형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보안 당국자들과 인권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부터 국내 반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검거 작전을 본격화했으며, 특히 쿠르드 소수민족 거주 지역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보안 검색·검문 강화…수백명 체포, 3명은 처형

이란 인권단체 HRNA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전쟁 발발 이후 정치적·안보적 혐의로 최소 70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행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 24일 터키 국경 인근 우르미아에서 쿠르드인 3명이 공개 처형됐다고 이란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인권단체 헹가우는 이들 모두 쿠르드계였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로이터는 한 고위 보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내부 불안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쿠르드 지역에서의 봉기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민족분리주의 세력, 그리고 과거 무장 활동을 벌였던 반체제 단체 ‘인민무자헤딘기구’(MEK)의 침투를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 국경 병력 배치 확대…쿠르드 반체제 인사 체포 이어져


이란 혁명수비대와 바시지 민병대는 쿠르드 지역을 중심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가택 수색과 주민 대상 휴대전화·신분증 검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란 쿠르드계 분리주의 정당들도 자국 내 지지자들과 활동가들이 체포됐으며 이란 정부의 군사 작전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쿠르드민주당(KDPI)의 리바즈 칼릴리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지 사흘 만에 혁명수비대가 쿠르드 지역 학교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무기 및 인사 수색을 위해 집집마다 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쿠르드계 단체 자유쿠르디스탄생활당(PJAK)의 활동가 파트마 아흐메드는 “공습 이후 쿠르드 지역에서만 500명이 넘는 반정부 인사가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쿠르드 코말라당 관계자도 “검문소가 곳곳에 설치돼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검사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반정부 세력은 잠복…“정권, 전쟁을 탄압 명분 삼아”


테헤란의 한 인권운동가는 “정권이 이번 전쟁을 내부 탄압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202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투옥됐던 인물로, “최근 당국에 불려갔거나 체포되거나 경고를 받은 이들을 수십 명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해외 반체제 단체 일부는 이번 군사 충돌이 이란 정권에 대한 대중 봉기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으나 아직까지 이란 전역에서는 본격적인 저항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