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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GE어플라이언스, 세탁기 생산 미국으로 이전…켄터키에 680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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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GE어플라이언스, 세탁기 생산 미국으로 이전…켄터키에 6800억원 투자

지난 2016년 1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웨스트민스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진열돼 있는 GE어플라이언스 제품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6년 1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웨스트민스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진열돼 있는 GE어플라이언스 제품들. 사진=로이터

GE어플라이언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던 세탁기 라인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로 이전하고, 4억9000만 달러(약 6800억원)를 투자해 고급 의류관리 설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CNN이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GE어플라이언스는 월풀, 삼성전자, LG전자, 일렉트로룩스와 함께 미국 가전시장의 5대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본래 GE의 가전 부문이었으나 지난 2016년 중국 하이얼그룹에 인수돼 현재는 하이얼 스마트홈의 자회사다.

이번 투자로 15종 이상의 전면 도어 세탁기와 건조기 겸용 모델 등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해당 설비는 2027년까지 완공돼 약 800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GE어플라이언스는 현재도 루이빌에 위치한 750에이커 규모의 산업단지에서 상단 도어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결정 앞당겨

케빈 놀란 GE어플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각)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전략의 일환이며 최근 고관세 환경이 투자 회수 기간을 단축시켜 계획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원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했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놀란 CEO는 특히 “현재 무역 정책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며 “하루에도, 일주일에도, 한 달 사이에도 바뀔 수 있는 조건 속에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월 9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추가 관세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발표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가전제품에 대해 최소 3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최고 145%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번 주 초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확대안은 건조기, 세탁기, 냉장고, 오븐, 음식물 처리기 등 주요 소비자 가전제품을 포괄하고 있다.

◇ 中 하이얼 자회사지만 美 현지화 가속


GE어플라이언스는 지난 2016년부터 중국 하이얼 그룹 산하의 가전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으나 미국 내 제조시설 확대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회사 측은 지난 10년간 미국 전역에 약 35억 달러(약 4조8600억원)를 투자했으며 현재 미국 내에 총 11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얼 스마트홈은 이달 초 투자자 대상 보고서에서 “북미 현지화 공급망은 관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관세로 타격을 입은 경쟁사들과의 격차 확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놀란 CEO는 “2019년 냄새 문제를 개선한 전면 도어 세탁기 개발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려는 계획은 있었지만 시장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초기 생산은 중국에서 진행했다”며 “이번 투자로 기술력이 집중된 플래그십 생산시설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설비는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등 자동화 시스템을 대거 적용해 총 면적이 미식축구장 33개 크기에 이를 전망이다.

◇ “미국 제조업 회복, 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


CNN은 이번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는 동시에 다른 행정부에서도 반복돼온 이슈라고 지적했다. 제이슨 밀러 미국 미시간주립대 공급망관리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새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숙련된 인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공장 중 약 22%는 인력 부족 탓에 최대 가동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GE어플라이언스 역시 공장 구직 대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놀란 CEO는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기술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며 “미국은 제조업에 특화된 엔지니어 배출 비율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