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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란 고농축 우라늄 행방 미궁…美 정보당국 "폭격 전 이동 가능성" vs 트럼프 "못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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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란 고농축 우라늄 행방 미궁…美 정보당국 "폭격 전 이동 가능성" vs 트럼프 "못 옮겼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이란 부셰르주에 위치한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를 찍은 위성 사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이란 부셰르주에 위치한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를 찍은 위성 사진. 사진=로이터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약 900파운드(약 408㎏)의 행방이 불투명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시설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고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반출하거나 은닉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공습 전 우라늄을 옮기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럽 당국자들은 상당량이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트럼프 "움직이지 못했다"…IAEA "자동차 트렁크에도 실을 수 있어"


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포르도 시설에서 아무것도 반출되지 않았다"면서 "너무 무겁고 위험해서 옮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공격 전에 우라늄을 이동시켰다는 어떤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당국은 핵물질이 위협받을 경우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혀왔다"면서 "해당 우라늄은 평범한 승용차 트렁크에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 용기에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양이 옮겨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상당량이 이동된 정황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美 정보당국 "모순된 정보…정확한 규모 아직 분석 중"


미국 정보기관은 현재까지 확보한 첩보가 엇갈린다고 밝혔다. NYT는 이 사안을 보고받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정부 내에서도 일부 고위 인사들이 핵물질의 정확한 소재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핵시설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일부 지역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아 우라늄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짐 하임스 민주당 의원은 "고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무기화 장비를 비밀 장소에 옮겼다면 시설을 파괴한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 "핵무기 제작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


이스라엘이 지난 2주간의 교전에서 이란 핵과학자 다수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아남은 인력이 은닉된 우라늄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제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스파한의 우라늄 전환시설 파괴로 이란의 무기화 능력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가스를 고체로, 다시 금속 형태로 전환해 핵탄두 제작에 활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비공개 상원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핵시설은 파괴됐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란은 핵물질과 기술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