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도네시아 조종사 첫 탑승, K-방산 신뢰도·협력 과시
가격 경쟁력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핵심부품 의존도는 과제
가격 경쟁력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핵심부품 의존도는 과제

폴란드 공군의 이레네우시 노바크 공군참모총장이 6월 26일 외국 조종사 최초로 KF-21 복좌형에 탑승했으며, 바로 다음 날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페렐 리고날드 대령이 2만 피트 상공에서 한 시간 동안의 기동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력 매체 '수아라 메르데카'는 12일(현지시각), KF-21을 단순한 전투기가 아닌 '전략무기'로 평가하며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이 단순한 성능 시험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한국 '국방 외교' 전략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한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는 "대한민국은 군사 기술을 국제 협상의 도구로 삼아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KF-21은 2014년부터 인도네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해 온 기종으로, 앞으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갖춘 6세대 전투기로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 타우러스(Taurus) KEPD 350 등 최신 서방 무장과의 호환성도 확보했다.
특히 F-35, 라팔 같은 서방의 고가 전투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 이전 조건도 유리해, 예산이 한정된 국가들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과거 소련제 MiG-29를 운용했던 폴란드가 KAI에서 생산한 FA-50GF 12대를 도입하고 FA-50PL 36대를 추가 주문한 것은 서방 무기체계에서 아시아산 무기로 바꾸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 협력국인 인도네시아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단순 구매국이 아닌 공동 개발 협력국으로서 IF-X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고 국방 인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분담금 문제와 기술 유출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협력 관계가 제 궤도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기술 이전의 성공과 국방 분야 국가 인적자원 역량 강화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 '미국산 엔진' 의존도…넘어야 할 장벽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 엔진을 면허 생산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잠재적 위험으로 꼽는다. 최근 2028년까지 엔진 80대를 공급하기 위해 623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로 맺었지만,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세계 공급망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오랜 숙제다.
현재 시제기 6대가 활발히 시험비행 중인 KF-21은 2026년부터 대한민국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돼 2032년까지 120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KAI는 내수 시장을 넘어 동남아, 중동,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같은 잠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나토(NATO) 같은 국제 기준을 채우고, 나라별 맞춤형 전략으로 협력 관계를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라매'가 단순 전투기를 넘어, 세계 방산 강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