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에 5500만달러 배팅…‘메가십 시대’ 블루오션 소형선 선점 경쟁 가열”

이번 발주로 캐피털이 HD현대미포에 맡긴 같은 선형은 총 10척으로 늘었으며, 1800TEU급(6척)까지 합치면 피더급 신규 건조 슬롯은 14척에 달한다.
◇ 발주 내역과 기술 사양
HD현대미포조선의 모회사인 HD코리아조선해양(KSOE)은 지난 24일 전자공시를 통해 “오세아니아 소재 선주”와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계약했다고 알렸다. 전자공시는 국내 상장사가 주요 계약사항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공식 절차다.
여기서 언급된 선주는 조선 중개업계가 캐피털 마리타임으로 특정하고 있다. 이 선박은 스크러버(탈황장치)와 대용량 보조발전기가 기본 사양이며, 향후 탄소포집 설비 장착을 염두에 둔 설계다. 척당 계약가는 기존 8척과 같은 수준인 5500만 달러(약 755억 원)이다.

◇ 피더선 시장 동향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3000TEU 미만 컨테이너선 오더북은 28만TEU로 전체의 3% 안팎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소형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선주와 정기선사가 건조 슬롯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MPC컨테이너십스, 켄온홀딩스 등도 최근 2000~3000TEU급 선박을 잇달아 발주·매입하며 시장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올해 소형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해 전 세계 피더선 건조 물량 1위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 규제 대응 기술과 납기 신뢰도가 중국 조선소 대비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친환경·지역화 흐름이 수요 견인
글로벌 미·중 통상 갈등과 생산거점 다변화 움직임으로 동남아·중동·남미 등 역내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얕은 수심 항만에서도 기항 가능한 방콕맥스(2,800TEU급) 선형이 각광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적용 확대를 앞두고 노후 피더선 교체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업계 평가
은행권 선박금융 담당자들은 “2026년까지 피더선 공급 증가율이 연평균 1%대에 그칠 것”이라며 “소형 컨테이너선이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운 중개사들은 “캐피털의 추가 발주는 건조 슬롯 부족 국면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