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삼중항 상태' 이용해 에너지 손실 억제…기존 한계 극복
"30분 충전해 20일 사용"…휴대기기 배터리 혁신 기여 전망
"30분 충전해 20일 사용"…휴대기기 배터리 혁신 기여 전망

24일(현지시각) IEEE스펙트럼에 따르면 호주 왕립 멜버른 공과대학(RMIT) 연구팀은 에너지 저장 시간을 기존 나노초에서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단위로 늘린 새로운 양자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획기적인 연구는 앞으로 휴대용 전자기기와 소형 센서의 전력 공급 방식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양자 배터리는 원자들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할 때 나타나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한다. 원자 여럿이 각자 빛을 낼 때와 비교해 훨씬 강렬한 빛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초방사(Superradiance)', 그리고 반대로 원자들이 협력해 빛을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초흡수(Superabsorption)' 현상을 활용한다.
이 원리 덕분에 2022년에는 크기가 커질수록 에너지 수집 속도가 빨라지는 시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시제품들은 초흡수와 초방사 현상이 함께 일어나 충전되는 만큼 빠르게 방전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RMIT의 프란체스코 캄파이올리 총장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분자가 빛을 흡수할 때 전자가 머무는 '어두운 삼중항 상태(dark triplet states)'에 주목했다. 빛을 거의 내뿜거나 빨아들이지 않는 이 상태의 특성을 이용해 에너지 저장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새 시제품은 정교한 다층 구조를 갖췄다. 빛 흡수 능력이 뛰어난 염료 '로다민 6G' 층이 514나노미터(nm) 파장의 녹색 레이저 빛을 흡수하면, 그 에너지를 '팔라듐 테트라페닐포르피린' 화합물 층으로 보낸다. 이 두 번째 층이 에너지를 어두운 삼중항 상태로 저장한다. 두 층 사이에는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비활성 고분자 스페이서를 두었고, 전체 구조는 반사성 은 층으로 감싸 빛 에너지의 효과적인 전달과 저장을 돕는다.
캄파이올리 연구원은 "저장층의 어두운 삼중항 상태 덕분에 에너지가 장치에 머무는 시간이 들어오는 시간과 비교해 약 1,000배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 "30분 충전에 20일 사용"…상용화 기대감
나노초에서 마이크로초로의 변화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캄파이올리 연구원은 이 성과를 알기 쉽게 비유했다. 그는 "30분 만에 완전히 충전되고, 대기 상태에서 약 20일 동안 쓸 수 있는 휴대폰을 갖는 것과 같다. 아주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현재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후속 시제품 제작과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캄파이올리 연구원은 "이 아이디어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기술로 발전시키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를 뚜렷하게 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앞으로 휴대용 전자기기와 소형 센서의 배터리 용량과 충전 속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5년 6월 23일 자 학술지 'PRX 에너지(PRX Energy)'에 실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