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중국산 로봇 입찰…중소도시 80% 장악 ‘의료 AI 시대’ 전환 가속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국산 수술 로봇의 공공 조달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9%나 늘었고, 이 가운데 복강경 로봇은 2~3선 도시와 군 단위 지역 병원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복강경 수술 로봇의 경우 기존 미국 ‘다빈치’(Da Vinci)의 시장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각) 36Kr 등 현지 매체가 전했다.
◇ “다빈치”의 벽 넘은 중국 로봇…기술·가격 나란히 앞세워
중국 수술 로봇 시장은 오랜 시간 ‘다빈치’가 지배해 왔다. ‘다빈치’라는 이름의 수술 로봇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써니베일에 본사를 둔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Inc.)이 개발·제조한 제품이다. 2006년 첫 다빈치 로봇이 중국에 도입된 뒤, 한때 기기 한 대 가격이 2000만 위안(약 38억 3700만 원)을 웃돌았다.
2024년 말 기준 중국에서 승인받은 수술로봇 제품은 모두 115종이다. 이 가운데 94종(81.7%)이 중국산이고, 수입산은 21종(18.3%)에 그친다. 절강대학교 량샤오 교수는 7월 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세계로봇외과학회 행사에서 저장성 항저우에서 국내 로봇을 활용한 원격 간암 수술을 50분 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기업이 기술, 임상, 상업화 세 분야에서 한 단계 앞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가격전쟁·정책지원에 “지방 실전” 속속 진입
가격 경쟁력이 자국 로봇 보급을 빠르게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크로포트와 징펑 등 국내거래가 1200만~1300만 위안(약 23억~25억 원)으로, 미국산 다빈치(38억~48억 원)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의료보험 적용도 영역을 넓히면서, 2024년 11월에는 광둥인민병원도 징펑 MP2000 기기를 1250만 위안(약 24억 원)에 도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힘을 더하고 있다. 2025년까지 ‘복강경 수술로봇’ 추가 도입 면허(배치 인증)가 전국에 559건 발급될 예정이다. 작년 말까지 130건이 집행됐고 400건 이상이 남았다. 특히, 중서부 지방과 현급(군 단위) 병원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단일 기기 도입 비용을 30~50%까지 줄인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자국 브랜드가 단가를 낮추고 상품·소모품 유지비까지 낮춰 지방 병원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추세”라는 분석이 많다.
◇ 확산의 벽, 시설·교육·보장은 여전히 관제 남아
중국산 수술 로봇 확산은 주요 도시뿐 아니라 군 단위 병원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여러 과제도 있다. 현지의료계에 따르면, 군 단위 병원 수술실 중 40%가 로봇 설치 기준 미달로 단순 시설 보강만 200만~500만 위안(3억 8000만~9억 5000만 원)이 따로 필요하다. 수술로봇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의사 교육도 3~6개월이 추가로 필요하다. 의료보험 적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 부담 비율은 여전히 70%가 넘는 경우가 많아 일부 환자에게는 비용이 부담이다.
복강경 로봇의 입찰가는 최대 530만 위안(약 10억 원)까지 낮아져 ‘가격 전쟁’ 현상도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제품은 여전히 복잡한 고가 수술에 강점을 지키고, 자국 브랜드는 대중적 수술과 일상 치료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산과 미국산 의료 로봇 시장의 경쟁 양상이 바뀌고 있다. 중국은 기술, 가격, 정부 지원 삼박자를 바탕으로 ‘다빈치’ 일변도의 판도를 빠르게 흔들고 있다. 군 단위 병원까지 자국 수술 로봇이 속속 보급되는 것이 확인되고, 관련 정책, 가격, 의료 인프라 변화가 그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시장 경쟁과 현장 활용 확대 여부에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