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 브랜드 각축장'서 SKU 축소…'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 높여
폴더블폰 선주문 21만대 돌파…초프리미엄 시장서 애플과 정면승부
폴더블폰 선주문 21만대 돌파…초프리미엄 시장서 애플과 정면승부

최근 미국이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세계 무역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도를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핵심 전략 시장'으로 규정하며 강한 성장 낙관론을 밝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박종범 서남아 총괄 사장은 "인도는 삼성의 단순한 전략 시장을 넘어 세계 미래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라며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정책과 같은 자립 경제 비전('비크시트 바라트', Viksit Bharat)에 발맞춰 혁신, 제조, 현지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도를 미래 성장 거점이자 세계 전략의 핵심 초석으로 삼고, 어떠한 외부 환경 변화에도 장기 약속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삼성의 인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은 구체적인 성과와 투자 현황에서 나온다. 삼성은 2024 회계연도 기준 인도에서 1조 루피(약 16조 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으며, 현재 2개의 제조 공장과 3개의 연구개발(R&D) 센터, 1개의 디자인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기반 시설을 통해 내수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 수요까지 책임지는 핵심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 폴더블폰 '전례 없는 수요'…현지화로 시장 공략
최근 공개한 7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의 신제품을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결정은 현지화 전략의 정점이다. 박 사장은 "신제품들은 노이다 공장에서 모두 생산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한, 그는 "벵갈루루 연구개발 센터 소속 엔지니어들이 이번 신제품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에 크게 공헌했다"고 밝혀, 인도가 단순 생산을 넘어 핵심 기술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17만 5000루피에서 21만 1000루피에 이르는 고가에도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 그리고 '플립7 FE'는 "전례 없는 수요"를 기록하며 일부 시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현재까지 선주문량만 21만 대를 넘었으며, 삼성은 노이다 공장을 완전 가동해 물량 공급에 나서고 있다.
폴더블폰의 문제로 지적되던 수리 비용에 대해서도 박 사장은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며 "수리 비용을 크게 낮추는 등 전체 사용 경험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모든 전선서 싸우면 필패"…제품군 줄여 효율화
삼성이 내세운 새 전략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박 사장은 과거 인도의 복잡한 시장을 떠올리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 처음 인도에 왔을 때 70개가 넘는 브랜드가 경쟁했고, 우리 제품군만 해도 50개가 넘는 모델이 100~300루피 차이로 촘촘히 있었다"며 "한 모델의 가격을 내리면 전체 제품군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5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경쟁사(BBK그룹)와 대표 제품 시장을 장악한 미국 회사(애플) 사이에서 모든 전선에서 싸우는 것은 이길 수 없는 전략"이라며 "제품 가짓수(SKU)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싸워야 할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최적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최적화는 중저가와 프리미엄 시장을 나누어 판촉 효율을 높이고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군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비보가 19.7%로 1위를, 삼성이 16.4%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1000달러를 웃도는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대대적인 할부·판촉 활동과 단기 할인 정책을 펴는 한편, 오프라인 기반 시설을 늘리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점유율을 되찾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삼성의 인도 시장 공략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