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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시진핑-트럼프 회담서 파트너·친구 강조...대만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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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시진핑-트럼프 회담서 파트너·친구 강조...대만 언급 없어"

부산서 100분 회담, 6년 만에 대면…"따뜻한 느낌" 개인적 친밀감 과시
펜타닐 관세 10% 즉각 인하·조선 301조 조사 연기…4월 시주석 방미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2025년 10월 30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해국제공항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2025년 10월 30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해국제공항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고위험 정상회담에 대해 파트너·친구를 강조하고 대만은 언급이 없었다며, 5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개인적 친밀감과 따뜻한 분위기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서로를 칭찬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친구"라고 부르며 "매우 저명하고 존경받는 대통령"이자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묘사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개회사에서 트럼프를 다시 만났을 때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무언가를 속삭인 후 중국 지도자를 차까지 직접 호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두 정상 간의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경쟁보다 협력 강조


개회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화해적인 어조를 취했다.

그는 두 강대국을 "서로가 함께 성공하고 번영"하도록 도울 수 있는 "파트너이자 친구"로 규정했다. 이는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당신의 비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중국의 이익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평화 중재 역할 놓고 신경전


시진핑 주석은 캄보디아와 태국 간의 평화 구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 문제에 중국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이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 두 국가가 "우리 방식으로" 국경 분쟁을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트럼프의 "최근 가자지구 휴전 협정 체결에 큰 공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호 존중의 제스처이자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를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구체적 합의 사항들


회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련 관세를 즉시 10% 인하할 것이며, 중국과의 무역 협정이 "조만간" 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불공정한 상업 관행에 연루되었다는 비난으로 작년에 시작된 중국 조선업에 대한 섹션 301 조사를 미국이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4월에 시진핑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으며, 시진핑 주석이 "언젠가"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방문 합의는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극찬과 주요 의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회담을 10점 만점에 12점으로 평가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매우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것이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장애물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농업계가 간절히 바라던 중국의 대두 구매 재개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 농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우크라이나와 반도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기술 회사 엔비디아의 최고 AI 칩으로 간주되는 블랙웰 칩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이슈가 이번 회담에서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대만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최우선 의제로 널리 간주되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측이 갈등을 피하고 협력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음을 시사한다.

총평: 전술적 화해, 구조적 경쟁은 지속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미·중 경쟁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관세 일부 인하와 대두 구매 재개, 희토류 수출 정상화 등은 단기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인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도 양측이 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의 갈등은 피하되,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조선업 301조 조사 연기는 중국에 대한 양보이지만, 한국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겨냥한 조치를 연기한 것은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4월 트럼프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의 미국 방문 합의는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의 전술적 화해를 상징하지만, 기술 패권과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구조적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양국 정상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협력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보다는 갈등 관리에 초점을 맞춘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