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식이 연일 과거 대비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이와 맞물린 기업 실적 발표 등에 매우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8일 2025년 일본 기업들의 분기 결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실적과 주가 상승률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일본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기존보다 완화된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주식의 상승 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IG 증권 시장 분석가 파비안은 “투자자들은 기업 결산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수익, 가이던스, 관세 대응, 재고 리스크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주가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일본 주가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대변하는 지표로 TOPIX의 주가수익률(PER)은 과거 3년 평균을 1 표준편차 이상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이번 분기 결산이 예상치를 밑돈 기업의 주가 하락률은 예상치를 웃돈 기업의 상승률보다 컸다. 전 분기 예상치를 상회한 기업들의 주가 변동 폭이 더 컸던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블룸버그 주식 시니어 전략가 로랑 두이에(Laurent Duié)는 “일본 투자 시장의 이런 변화는 트럼프 관세와 관련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이 보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발표하는 수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지 않으면 주가는 상승하기 어렵고, 보수적인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평가가 매우 엄격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본 AI대장주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론이다. 지난 1일 도쿄일렉트론은 연간 실적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함에 따라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고, 7일에는 전 직원의 불법적 사안에 대한 연루 증거까지 나오면서 주가는 더욱 급락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7일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된 소니 그룹의 경우 수정된 수치는 컨센서스를 약간 하회했지만, 주가는 일시적으로 7.6% 급등했다.
이에 따라 낙관론도 여전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MSCI 일본을 구성하는 약 60%의 종목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 분기의 46%를 넘어섰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예상보다 관세 등의 문제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기업 실적이 시장 주가를 더 높일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T&D 자산운용 나미오카 히로시 수석 전략가 겸 펀드 매니저는 “관세 불확실성은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환율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엔고가 새로운 우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