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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깐부동맹 속도전] "젠슨 황 방한 이유 있었다"…‘11만’ 삼성·‘60만’ SK하닉, 마이크론 제치고 AI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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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깐부동맹 속도전] "젠슨 황 방한 이유 있었다"…‘11만’ 삼성·‘60만’ SK하닉, 마이크론 제치고 AI 드라이브

삼성전자·SK하이닉스, 4일 주가 소폭 조정…상승세 꺾인 것 아냐
엔비디아, 삼성전자·SK하닉과 전방위 협력…마이크론 HBM4 재설계가 원인
삼성전자, 규모의 경제 실현…SK하이닉스, 생산효율 강화 전략 전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각자도생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사실상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사는 '규모의 경제'와 '효율 중시'라는 엇갈린 전략으로 HBM4 시장 주도권 싸움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그룹에 AI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이들의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젠슨 황 CEO의 방문 후 줄곧 상승 랠리를 달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11만2400원까지 올랐다가 10만 원 중반까지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60만 원대가 무너졌다.

다만 이날 조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의 협업 발표 이후 SK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7만 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00만 원으로 상향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5만 원이라 내다봤고, 교보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로 90만 원을 제시했다.

장밋빛 전망의 배경에는 경쟁 기업인 마이크론의 HBM4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GF증권 홍콩법인이 3일(현지 시각)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데이터 전송 속도 요건(약 10~11Gbps로 추정)을 충족하지 못해 HBM4 제품 구조를 다시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HBM4 제품 공급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로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지난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만나는 등 삼성전자·SK그룹과 협력 강화를 발표한 젠슨 황 CEO의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우리나라를 위한 헌정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는 등 삼성전자·SK그룹과의 협력이 과거 우리나라의 도움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두 기업과의 협력이 이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칩이 필요한 만큼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양사의 유일한 경쟁 기업인 마이크론이 '6세대 HBM4' 재설계에 나서면서 사실상 경쟁에서 낙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HBM4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4분기와 내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을 강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장 장악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생산효율 강화를 노리고 있다. 생산시설 확대를 통한 생산물량 강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HBM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적지 않게 마이크론을 지원해왔다"면서 "마이크론을 제외한다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