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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세대 Z-NAND 공개… AI 시대 '메모리 같은 스토리지'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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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세대 Z-NAND 공개… AI 시대 '메모리 같은 스토리지'로 승부수

기존 낸드보다 15배 빠르고 전력 소모 80% 줄여…GPU 직접 접근으로 지연 시간 최소화
높은 비용·생태계 구축은 과제…'인텔 3D 크로스포인트' 전철 피하려면 검증된 데이터가 관건
삼성전자의 Z-NAND. 사진=톰스하드웨어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Z-NAND. 사진=톰스하드웨어
삼성이 메모리와 저장 장치 사이의 성능 격차를 해소할 고성능 Z-NAND 신제품으로 인공지능(AI) 스토리지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고 톰스하드웨어, 테크 파워업 등 해외 IT매체들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과거 초저지연 특성으로 주목받았던 SLC(Single-Level Cell) 계열 플래시인 Z-NAND를 AI 작업용으로 '부활'시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Z-NAND가 기존 낸드플래시에 비해 최고 15배 빠른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 소모는 약 80%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GPU(그래픽 처리 장치)나 AI 가속기가 Z-NAND에 직접 접근하는 기술이 이번 발표에 포함돼 업계의 이목을 끈다. 이 기술은 게임 분야의 다이렉트스토리지(DirectStorage) 개념을 AI 데이터 경로에 맞게 확장한 것으로, 가속기와 스토리지 사이의 입출력(I/O) 부담을 줄여 대규모 모델 불러오기와 체크포인트 작업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다. 실제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영구 저장 장치가 특정 AI 작업에서 고속 메모리처럼 기능하는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 AI 데이터 병목 정조준…'직접 접근'이 핵심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는 DRAM이나 HBM 같은 고속 메모리와 대용량 스토리지 사이의 성능 차이가 심각한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 Z-NAND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가속기 가까이에 Z-NAND 계층을 배치하고 가속기가 직접 데이터를 가져오게 하면, 기존 CPU를 거치는 경로와 파일시스템의 부담을 덜어 데이터 불러오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런 지연 시간 단축은 수많은 작은 파일에 접근하거나, 저큐뎁스(low queue depth) 랜덤 읽기 작업이 중심인 체크포인트 불러오기와 온라인 피쳐 스토어 조회 같은 환경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낸다.

◇ 높은 비용과 생태계, 넘어야 할 산

업계는 삼성의 발표에 기대하면서도 신중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고 성능'의 정의나 시험 조건, 전력 측정 기준 등 구체적인 성능 검증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Z-NAND는 매우 낮은 접근 지연과 높은 내구성(DWPD)을 장점으로 내세웠으나, SLC 구조의 태생적 한계인 높은 기가바이트당 비용과 낮은 저장 밀도가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인텔이 선보였던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 메모리 역시 낮은 지연 시간에도 비슷한 한계에 부딪혀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키옥시아(Kioxia)가 초고속 IOPS에 특화된 XL-FLASH를, 여러 업계 단체들은 처리량 높이기를 위한 고대역폭 플래시(High Bandwidth Flash, HBF)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며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Z-NAND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가속기 드라이버, 파이토치(PyTorch) 같은 프레임워크와의 통합 등 표준화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지원이 필수다. AI 시대가 본격화하며 고성능 저장 장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지금 상황은 Z-NAND의 귀환에 힘을 실어준다. Z-NAND는 대역폭보다 지연 시간이 중요한 멀티테넌트 추론 서비스, 온라인 피쳐 스토어, 벡터 DB, 실시간 금융 거래 처리 등에서 최고의 성능을 낼 전망이다.

Z-NAND의 성공 여부는 워크로드마다 검증 가능한 성능 자료와 총소유비용(TCO) 우위를 입증하는 데 달려있다. 초기에는 초저지연 성능을 비용으로 사는 금융 또는 실시간 AI 기반 시설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뒤, 표준화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더 넓은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시장은 화려한 마케팅 구호가 아닌, 실제 검증된 결과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