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제2차 중국 쇼크’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차 중국 쇼크로 미국에서 저숙련 제조업이 갈려 나갔다면 2차 쇼크에서는 첨단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저가 제품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며 미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동했던 기업들이 막대한 흑자를 냈던 1차 쇼크와 달리 2차 중국 쇼크는 미 첨단 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미국을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수출 통제 같은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 미국의 강점을 살리는 산업정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헛발질
게이브칼 리서치 애널리스트, 예일 법대 연구위원을 지내고 지금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인 중국 전문가 댄 왕은 23일(현지시각)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정책에서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1기 집권 시절 슈퍼301조를 동원해 중국에 대대적인 관세를 물렸고, 상무부는 듣도 보도 못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업체들에 대한 기술 수출을 통제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책은 트럼프 1기에서 끝나지 않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계승했고, 재집권한 트럼프는 2기 행정부 들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무장 강화한 중국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관세, 블랙리스트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시진핑 주변에는 더 많은 기술자들이 포진했고, 이 가운데는 로켓과 우주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군산복합체 엘리트들도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키자 중국은 전력 증강, 제조업 설비 확대, 인프라 확충으로 대응했다.
미국이 만든 사다리, 중국이 타고 오른다
왕 연구위원은 미국이 시장 개척자라면 중국은 대량 생산으로 시장에서 이윤을 뽑아내는 알짜배기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의 벨 연구소가 1954년 태양광 산업을 만들어냈지만 미국은 이를 과학 프로젝트로 소모했다.
중국은 달랐다. 중국은 이 태양광 프로젝트를 산업에 접목했고, 양산을 통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은 현재 항공, 반도체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밀리고는 있지만 빠르게 간격을 메우면서 첨단 산업에서도 선진국들을 따라잡고 있다.
1차 중국 쇼크로 미국 등 선진국 경공업, 철강이 타격을 받았다면 2차 중국 쇼크에서는 첨단 산업이 쑥대밭이 될 전망이다.
배제 VS 수용
왕 연구위원은 중국과 미국의 산업 정책이 뚜렷한 대척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정책 기본 구조는 배척과 배제다.
관세를 대거 물리고, 관세가 부담된다면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엄청난 임금을 비롯한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제조업을 살리겠다며 시작한 관세 정책은 외려 미 제조업 일자리를 해치고 있다.
왕은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며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4월 2일 이후 넉 달 동안 미 제조업 일자리 4만개가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미국처럼 엄청난 시장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점은 같지만 중국은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취한다.
아직은 낮은 임금으로 무장한 터라 유인도 충분하다.
왕은 중국이 애플, 테슬라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 기업들을 불러들여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중국인들이 아이폰과 전기차 등 다양한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에 접근하도록 했다면서 이것이 결국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모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기술 수출 통제는 패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왕 연구위원 역시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겠다며 미국이 반도체, 첨단 기술 수출을 통제한 것은 외려 패착이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자 그동안 미 반도체에 의존하던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은 자체 반도체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물론 아직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미 빅테크의 소프트웨어 등에 비해 성능이 뒤처지지만 지금 같은 통제가 지속될 경우 궁지에 몰린 중국 기업들의 관련 산업 투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왕 연구위원은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반도체 수출,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스푸트니크 모멘트’와 같았다고 지적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이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뒤 일어난 일련의 흐름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국은 소련이 우주 기술에서 앞서고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했고, 결국 소련의 기술을 크게 앞서는 열매를 맺었다.
중국 역시 미국의 통제 속에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 빅테크들의 우위가 예상보다 일찍 저물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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