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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푸틴 회담 후 '흔적 지우기' 철저한 보안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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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푸틴 회담 후 '흔적 지우기' 철저한 보안 작업

2시간 넘게 의자·테이블 청소…건강 정보 유출 차단 목적
전용 화장실까지 동반…외국 스파이 대응 표준 프로토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만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만났다. 사진=로이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후, 북한 참모들이 김정은이 만진 모든 물건을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모습이 포착돼 주목을 받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를 외국 스파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보안 조치라고 분석했다고 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크렘린궁 기자 알렉산더 유나셰프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는 김정은과 푸틴이 2시간 넘게 만난 중국 수도의 회의실에서 북한 참모 2명이 꼼꼼하게 청소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참모들은 김정은이 앉았던 의자의 등받이와 팔걸이를 문질렀고, 그의 의자 옆에 있던 커피테이블도 청소했다. 김정은의 술잔도 제거됐다. 유나셰프 기자는 "협상이 끝난 후 북한 수장과 동행한 참모진들이 김정은의 존재 흔적을 모두 조심스럽게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단서를 숨기기 위한 은둔 국가의 특별한 보안 프로토콜로 분석된다. 김정은과 푸틴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것처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철저한 보안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한국과 일본 정보기관을 인용해 김정은이 이전 해외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 단서를 숨기기 위해 베이징으로 가는 시그니처 녹색 열차에 자신의 전용 화장실을 실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팀슨 센터의 북한 리더십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이러한 조치가 김정은의 전임자인 아버지 김정일 시대부터 표준 프로토콜이라고 설명했다.

매든은 "특수 화장실과 필요한 쓰레기 봉투에는 찌꺼기, 쓰레기, 담배꽁초가 담긴 쓰레기 봉투가 있어 외국 정보기관, 심지어 우호적인 정보기관이라도 샘플을 획득하여 테스트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의학적 상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며, 여기에는 머리카락과 피부 태그가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안 조치는 과거 정상회담에서도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후 김정은의 경비원들이 몇 시간 동안 그의 호텔 방 바닥을 막고 방을 청소하며 침대 매트리스 등의 물건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2018년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북한 경비원들이 김정은이 앉기 전에 의자와 책상에 소독제를 뿌리고 닦았다. 김정은의 팀은 물건을 사용하기 전에도 꼼꼼하게 청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3년 푸틴 대통령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에서는 보안팀이 김정은의 의자를 소독제로 닦고 의자가 안전한지 강력히 확인했으며, 경비원 중 한 명이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좌석을 스캔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은의 해외 순방 시마다 철저한 보안 조치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나 개인적 단서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특성과 최고지도자 보호에 대한 극도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