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8% 급등, 글로벌 외환보유 금 비중 30년래 최고 27% 도달

◇ 금융시장 새로운 '탄광 속 카나리아' 부상
월스트리트 베테랑들은 과거 채권시장을 '정부에 대한 매일 국민투표'라고 불렀다. 정부의 세금, 지출, 경제정책 결정이 미국 국채 가격에 곧바로 반영돼 수익률로 나타나면서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면서 금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배런스는 분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약 38% 뛰었으며, 이번 주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미국 달러는 50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 성과를 기록했고, 주요국 통화와 견줘 3년 사이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레 한센 삭소뱅크 원자재전략 담당자는 "금값의 최근 상승은 금리 인하 기대감 재부상, 연준 독립성 우려 증가, 안전자산 흐름을 바꾸는 세계 질서 분화가 결합된 강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중앙은행들 달러 대신 금 보유량 늘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이자를 주지 않고 보관비용이 들며 단기간 현금화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성장 전망을 둔화시키면서 동시에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명확히 표현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센 담당자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장기 채권은 더 이상 기본 방어 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공급 제약 전망에 힘입은 은과 백금 같은 실물자산과 함께 금이 안전자산 수요의 더 큰 몫을 차지할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은값도 이번 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40달러(약 5만 5000원)를 넘어 수요일 늦은 시간 41.46달러에 거래되며 올해 들어 약 42% 올랐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주도로 지난 3년간 기록 속도로 늘어난 중앙은행 금 구매는 미국 달러에서 벗어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로이터 계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21t의 금을 보유고에 추가해 전체 보유량을 2300t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늘렸다. 관세로 인한 세계 무역 둔화로 외국들이 미국에 상품을 팔아 얻던 달러가 줄어들면서, 과거 이 달러들로 구매하던 미국 국채 매입 과정이 무너지고 있다.
크레스카트캐피털의 오타비오 코스타 거시전략가는 글로벌 중앙은행 금 보유 비중이 전체 외환보유액의 27%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약 23%로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주식이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당장 눈앞의 수익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막대한 정부 부채나 정치권의 중앙은행 압박 같은 근본 문제들이 금융시장에 미칠 장기 위험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금의 최근 상승과 그것이 반영하는 신호들을 단순한 인플레이션 경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배런스는 강조했다. 이는 달러의 장기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이 금융시스템 중심에서 밀려날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