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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 확대, 한국 기업의 222조 원 미국 투자에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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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 확대, 한국 기업의 222조 원 미국 투자에 큰 부담

조지아 현대공장 475명 체포 후 전국적 단속 확산 예고...한국기업 비자 리스크 고조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475명을 체포한 대규모 이민 단속 이후 미국 전역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속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7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시킹알파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백악관은 불법 고용 기업들을 겨냥한 강화된 단속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 국경자문관 톰 호먼은 7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우리는 더 많은 사업장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기업들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합법 고용한 경쟁사를 압박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실시된 이민세관단속국(ICE) 급습에서는 이민법 위반으로 475명이 구금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 국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ICE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거나 비자 기간을 초과해 체류했고, 나머지는 취업이 불가능한 관광 또는 사업 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 취업한 경우였다.

◇ 트럼프 정부, 1기 대비 4배 증가한 단속 목표


마이그레이션 폴리시 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선언하며 전면적인 이민 단속에 들어갔다. 1기 정부의 일평균 100건에서 하루 3000건으로 단속 목표를 4배 늘렸으며, 연간 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적발·추방한다는 계획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의회는 4년간 1707억 달러(약 237조 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이 중 450억 달러(약 62조 원)는 구금시설 확충에 투입된다. 국토안보부는 1월 21일 바이든 행정부의 "민감 장소" 정책을 전면 폐지해 ICE 요원들이 이전에 단속이 금지됐던 학교·병원·교회에서도 체포 작전을 벌일 수 있게 됐다.

NPR 보도에 따르면 287(g) 프로그램을 통한 지방 경찰과의 협력도 기존 135개에서 811개로 6배 증가했다. CNN 비즈니스는 미시시피주 걸프코스트 프레스트레스 콘크리트 공장에서 16명, 뉴욕주 투플러 레이크 제재소에서 21명 중 9명이 체포되는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 기업 1600억 달러 투자 성과 위기


보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2020년대 들어 미국에 1600억 달러(약 222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평균 연봉 10만6000달러(약 1억4000만 NJS)의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했다. 현대차그룹은 210억 달러(약 29조 원) 투자를 약속했으며, 조지아 메타플랜트만 76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로 조지아 역사상 최대 경제개발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180억 달러(약 25조 원)를 투입해 1만7000개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GM과 합작 투자로 연 30만 대 전기차(EV) 배터리 생산 능력을 구축했다.

NBC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9월 조지아 현대-LG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DHS 역사상 단일 사업장 최대 규모인 475명 체포 사건이 한국 기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체포된 인원 중 300여 명이 한국인으로, 대부분 B-1 사업비자나 ESTA 허가로 입국해 건설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스뉴스는 이 사건으로 현대-LG 배터리 공장 건설이 전면 중단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모든 미국 출장을 중단하고 체류 중인 한국인 직원들에게 숙소 대기 또는 귀국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모범사례로 꼽혔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이 대규모 이민 단속의 현장이 됐다. 현대차는 직접 고용 직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와 맞물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ICE이미지 확대보기
한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투자 모범사례로 꼽혔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이 대규모 이민 단속의 현장이 됐다. 현대차는 "직접 고용 직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와 맞물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ICE


◇ 반도체·제조업 인력난 심화


일렉트로닉 디자인 매거진과 딜로이트 공동 분석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산업은 2030년까지 100만 명의 추가 숙련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6만700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자 39%, 엔지니어·컴퓨터 과학자 35%, 고급 엔지니어 26%의 부족이 예상된다.

매뉴팩처링 다이브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파운드리 가동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으며, TSMC도 애리조나 공장 생산 시작을 2025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 모두 숙련 인력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노동통계청(BLS)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노동시장에서 외국 출생 근로자는 19.2%(3220만 명)를 차지하며, 특히 STEM 분야에서는 컴퓨터·수학 직종의 27%를 담당하고 있다. 학사 학위 이상 외국인 근로자의 주급은 1738달러(약 240만 원)로 미국 출생 근로자(1679달러, 약 23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CNBC는 골드만삭스가 이민 감소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5~1.0%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비자 남용 리스크, 한국 기업 법적 위험 급증


조지아 현대-LG 공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이 B-1 사업비자로 입국한 후 건설 작업에 불법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기업들의 비자 남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브라이트바트뉴스에 따르면 이민 전문가들은 현대차를 "재범 기업"으로 지목하며 인력업체를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H-1B 비자를 고임금 우선 배정 방식으로 전면 개편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초급 인력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2018년 H-1B 거부율이 24%까지 치솟았던 전례를 고려할 때 비자 취득 난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프랜차이즈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E-2 투자비자 8973개를 발급받아 일본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으나, 현대차그룹 210억 달러, 삼성전자 180억 달러 등 대규모 투자 증가에 따른 인력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어번타이어앤페더러 법무법인은 "자격 기준 강화와 비자 쿼터 축소 가능성"을 경고하며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을 지적했다.

◇ 강경 정책 확산에 법적 제동과 한·미 관계 악영향 우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이민 단속 정책이 확산되면서 법정 다툼과 외교적 마찰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주요 투자국과의 관계에서 경제 협력과 이민 단속 사이의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

저스트 시큐리티 소송 추적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 현재 380건의 법적 도전이 진행 중이며, 이 중 25개 정책이 완전 차단, 77개 정책이 임시 차단됐다. 특히 24개 주가 미국 내 출생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헌법 조항을 무력화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뉴스네이션은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협력을 거부하는 이른바 '생추어리 도시·주'로 DOJ가 지정한 35개 관할지역이 여전히 비협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은 불법 체류자 신고나 ICE 구금 협력을 거부하는 곳들로,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민주당 성향 주들이 대부분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대변인은 DOJ의 생추어리 지역 지정을 "또 다른 홍보용 쇼"라고 반박했다.

특히 알자지라는 9월 조지아 단속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야당은 더 광범위한 한·미 관계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의 1600억 달러 투자와 100만 개 일자리 창출 성과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이민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단속이 강화될 경우 이런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