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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대, 변이 무력화 '범용 코로나 백신' 단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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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대, 변이 무력화 '범용 코로나 백신' 단서 발견

변이 잦은 스파이크 단백질 대신 '내부 단백질' 표적…우한·델타·오미크론에 모두 효과
감염 1년 뒤에도 면역 유지…장기 기억 반응으로 차세대 백신 개발 기대감
일본 연구팀이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 현미경 사진. 사진=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연구팀이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 현미경 사진. 사진=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기존 백신의 효과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러 변이에 두루 듣는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연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공동 연구팀이 바이러스의 변이가 잦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변이가 드문 바이러스의 핵심 구조 단백질(뉴클레오캡시드)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면역 반응을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구마모토대학 모토조노 지히로 준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도카이대학, 도야마대학, 긴키대학)은 여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면역세포와 이를 유도하는 특정 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 변이 잦은 '스파이크' 대신 내부 단백질 공략

연구팀은 특정 면역 유형(HLA)을 가진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경미하다는 보고에 주목해 연구에 착수했다.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HLA-A', 'HLA-B', 'HLA-C' 같은 분자는 미세한 서열 차이에 따라서 무수한 유형으로 나뉘며 인체 면역 기능의 다양성을 결정한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특정 'HLA-C' 유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특별한 면역 반응을 확인했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을 감싸는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에서 나온 특정 펩타이드 분자 'KF9/C12'가 강력한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새로 발견한 면역 반응은 기존 백신의 작용 방식과 크게 다르다. 현재 쓰는 백신 대부분은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돋아난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이끈다. 그러나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변이가 매우 잦아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를 지녀왔다.

반면 이번에 발견한 'KF9/C12'에 반응하는 면역세포는 초기 우한형 바이러스는 물론 델타형, 오미크론형 등 주요 변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 1년 지나도 면역 유지…맞춤형 백신 전략에도 활용

특히 이 면역 효과는 한번 형성되면 오래가는 '장기 기억 면역 반응'이다. 감염 1년이 지나도 면역 기능이 유지됐고, 다시 감염돼도 바로 반응했다. 이러한 특성은 홍역이나 결핵 백신처럼 오랫동안 효과가 이어지는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특정 HLA 유형이 증상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개인 맞춤 백신 전략을 세우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물론 이번 발견이 바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기초 면역 원리를 규명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 원리를 바탕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여러 차례의 임상 시험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HLA 유형에 따른 반응 차이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과제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의존하던 기존 백신의 한계를 넘어 범용 백신 개발의 중요한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과 경제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