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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자력 르네상스, 우라늄 수급 불균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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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자력 르네상스, 우라늄 수급 불균형 심화

2040년 수요 2배 급증 전망…AI·데이터센터가 견인
미국·유럽, '탈러시아' 공급망 구축 사활…카자흐 의존도 과제
2018년 7월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마쿠사니 옐로케이크와 플래토 에너지의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우라늄 원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7월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마쿠사니 옐로케이크와 플래토 에너지의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우라늄 원석.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장이 견인하는 원자력 르네상스가 핵심 연료인 우라늄 시장을 달구고 있다. 수십 년 만의 수요 급증 전망에 공급망 재편과 투자 지형 변화가 맞물리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이 재조명받으면서 우라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우라늄 수요가 2030년까지 약 8만6000톤으로 현재보다 3분의 1 가까이 늘고, 2040년에는 약 15만 톤에 이르러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자로 프로젝트가 확대되는 가운데 AI 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할 대안으로 원자력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전망은 비관적이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0년에서 2040년 사이 기존 광산의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수요와 공급 간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자문회사 올드 이코노미의 마헤시 고엔카 설립자는 "수요 신호는 분명하다"며 "서방 국가들이 원자로 수명을 2050년 이후로 연장하면서 수요 기반이 탄탄해졌고,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가시화할 경우 우라늄 수요는 현재 예측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탈러시아' 가속…미국·유럽, 자체 공급망 구축 사활


문제는 우라늄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40%를 카자흐스탄이, 세계 농축 용량의 40%는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우라늄 농축 기업 유렌코의 보리스 슈흐트 최고경영자(CEO)는 "연간 약 70억~100억 유로 규모의 시장에서 수십 년 만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추진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유렌코는 2022년 러시아와의 모든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 뉴멕시코, 네덜란드, 독일, 영국 시설에서 저농축우라늄(LEU) 생산 능력을 180만 분리작업단위(SWU)만큼 증설하고 있다. 슈흐트 CEO는 "특히 미국 고객들이 매우 장기적인 계약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우라늄 에너지 코퍼레이션(UEC)은 신규 정제·전환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로 우라늄을 탐사하는 이글 에너지 메탈스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프랑스 기업 오라노 역시 미래의 '피크 우라늄' 시대 이후를 대비해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인허가, 채굴 기술 혁신, 신규 탐사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 블록체인까지 등장한 우라늄 시장, SMR은 '아직'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우라늄은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2007년 우라늄 선물 계약을 출시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전통적으로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화된 우라늄을 거래하는 'uranium.io'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플랫폼의 벤 엘비지 애플리케이션 책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우라늄 공급이 부족했다"며 "이러한 격차는 상품 투자로서 우라늄을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의 등장으로 과거 기관 투자자 위주였던 시장에 헤지펀드, 패밀리오피스 등 새로운 자본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슈흐트 CEO는 "원자력 산업은 연구개발 비용이 높고 안전 규제가 복잡해 급격히 폭발하는 기술 시장처럼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분명 제 역할을 하겠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