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가정 파탄 막겠다" 초강수…위반 시 최대 징역 5년
업계·이용자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발…불법 해외 플랫폼 '풍선 효과' 우려
업계·이용자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발…불법 해외 플랫폼 '풍선 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합법 시장을 위축시키고 이용자들을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 해외 플랫폼으로 내모는 '풍선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롭게 발효한 '2025년 온라인 게임 진흥 및 규제법'은 판타지 크리켓, 포커, 러미 등 금전이 오가는 모든 온라인 게임을 금지하고 관련 광고와 금융 거래까지 막는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년의 징역과 1억 루피(약 1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반복 위반 시 처벌은 최대 5년 징역과 2억 루피(약 31억 원) 벌금으로 무거워진다. 정부는 온라인 게임 관리 당국을 신설해 시장을 직접 감독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금지 조치가 '사회악' 근절과 사기·범죄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공식 발표문에서 "가족들이 저축한 돈을 잃고 젊은이들이 중독에 빠졌으며, 게임에 따른 재정적 고통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비극적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하며,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게임 장애'로 규정한다.
전면 금지의 역설…'불법 암시장'으로 내몰리는 이용자들
업계와 이용자들은 정부의 전면 금지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뭄바이의 판타지 크리켓 분석가 비렌 헴라자니는 "중독성 때문에 많은 이용자는 '도파민 분출'을 위해 다른 수단을 찾을 것이고, 결국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비규제 상태가 되면서 사기와 스캠이 판을 칠 수 있다. 이용자가 게임에서 이겨도 상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오며 불법 도박 암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년간 판타지 게임을 즐기며 한 경기에서 최대 120만 루피(약 1894만 원)를 따기도 한 바룬 샤르마(24)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가상사설망(VPN)이나 오프라인 도박업자를 통해 불법 해외 게임에 접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지 법안 통과 직후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불법 베팅 제안이 급증했다고 증언하며, 금지 조치 이후 "마음이 무너져 내린 상태"라고 호소했다. 새로운 법으로 은행과 결제 시스템의 관련 거래가 막혔으나, 이용자들은 암호화폐 지갑이나 페이팔 등 인도의 규제를 벗어난 수단을 통해 우회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생존 위기' 몰린 산업계…법적 대응 속 '규제 대안' 모색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실력 기반 게임'과 '도박'을 동일시한 극단적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업계는 이용자가 실제 선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상 팀을 꾸리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판타지 스포츠는 운에만 의존하는 도박과 다르다고 항변해왔다.
금지 조치의 여파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판타지 크리켓 게임의 대표 주자였던 드림11, MPL, My11Circle 등은 현금 기반 서비스를 모두 중단했다. 특히 MPL은 현지 인력의 60%를 해고하겠다고 밝혀 대규모 실직 사태를 예고했다. 러미, 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던 A23 등 다수 기업은 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인도 대법원은 관련 소송들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고 곧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게임법 전문 변호사 난단 카마트는 "게임 시간, 지출 한도 설정 등 합리적 규제로 중독 위험을 관리할 수 있었다"면서 "실력 기반 게임의 표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 없는 시장을 단속하고, 디지털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중독 예방을 지원하는 등 건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 게이머는 약 4억 44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약 1억 3800만 명이 유료 게임 이용자로 추산된다. 거대 시장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난단 카마트 변호사는 "업계가 AI와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플레이북으로 재기하는, 또 다른 이닝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진화를 기대했다. 정부의 강경책과 산업계의 생존을 위한 사투가 맞물리면서 인도 게임 시장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