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800억 달러 돌풍…AI 반도체 시장 2030년 4000억 달러 전망
TSMC 독점 vs 중국 1000억 달러 투자…미중대만 '칩 패권' 3파전
TSMC 독점 vs 중국 1000억 달러 투자…미중대만 '칩 패권' 3파전
이미지 확대보기테크 스페이스 2.0(TS2)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AI 칩 전쟁: 미국 vs 중국 vs 대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백억 달러 규모인 글로벌 AI 칩 시장은 2030년까지 400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매출은 1조 달러(약 1399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6년 만에 8배 급증
AI 칩 시장은 이미 가파른 상승세다. 시장 분석을 보면 2024년 AI 칩 시장 규모는 약 530억 달러(약 74조 1400억 원)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4~33%를 기록하며 3000억~4500억 달러(약 419조~559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데이터센터 AI 프로세서다. 테크인사이츠 분석을 보면 데이터센터 AI 칩 지출은 2018년 16억 달러(약 2조 2300억 원)에서 2024년 약 1380억 달러(약 193조 원)로 6년 만에 8배 증가했다.
이런 급성장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수요가 연간 4배 이상 늘고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의 컴퓨팅 수요 증가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클라우드에서 엣지까지 확산되면서 AI 칩 시장이 몇 년 안에 5000억 달러(약 699조 5000억 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최첨단 AI 칩은 이제 모두 멀티 다이(칩렛) 설계를 사용해 더 많은 전력과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하고 있다. 세미엔지니어링 보고서를 보면 칩렛 아키텍처는 "미래 세대 반도체에 필수"가 됐다.
미국 설계력 vs 중국 자립 추진 vs 대만 제조 독점
세 국가는 각각 다른 강점을 바탕으로 AI 칩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설계 분야에서 압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4년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에서만 800억 달러(약 111조 9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했다. AMD 역시 MI300 시리즈 가속기로 엔비디아에 도전하고 있으며,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자립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화웨이는 어센드 시리즈 AI 가속기와 기린 칩을 개발했고, 알리바바는 한광(Hanguang) 800 AI 추론 칩을 선보였다. 캄브리콘 테크놀로지, 비렌 테크놀로지 등 스타트업들도 정부 지원을 받아 AI 칩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만은 제조 분야에서 절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TSMC는 세계 최첨단 칩(10나노미터 미만)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애플, 엔비디아, AMD는 물론 중국 스타트업들까지 TSMC에 의존하고 있어 대만을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만들고 있다.
수출통제 vs 1000억 달러 투자…경쟁 격화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려고 강력한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최고급 AI 칩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첨단 칩 제조 도구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반도체 부문에 1000억 달러(약 139조 9000억 원) 이상의 국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약 60개의 새로운 팹(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자국 칩 제조 및 연구개발에 520억 달러(약 72조 74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이 미국 내 새로운 팹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이런 움직임에 맞대응하고 있다. 갈륨, 게르마늄 같은 핵심 원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도 발표해 기술 무역 전쟁에 맞서고 있다.
지정학 긴장 속 공급망 재편 가속화
AI 칩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경제 이해관계를 넘어 지정학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의회에서 "대만의 칩이 미국이 대만 안보를 방어해야 하는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국가를 보호하는 큰 산"에 비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만의 첨단 칩 제조 능력이 중국의 침공을 억제하는 '실리콘 방패'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위기 때문에 칩 공급이 중단되면 전 세계 전자제품 생산을 몇 주 내에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최근 AI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미친 수준"이라며 "공급 부족 때문에 고객이 감정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고 인베스토피디아가 보도했다.
앞으로 AI 칩 시장의 향방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과 대만 상황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협력이 지속되면 모든 당사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대립이 심해지면 시장 분열과 발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