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피규어, 엔비디아 업고 10억 달러 유치…범용 로봇 상용화 박차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피규어, 엔비디아 업고 10억 달러 유치…범용 로봇 상용화 박차

10억 달러 자금 수혈 성공…엔비디아 AI 기술로 '보고 생각하는 로봇' 만든다
BMW 공장서 실증 테스트, 10만 가구 데이터 학습…'가정부 로봇' 시대 성큼
피규어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피규어이미지 확대보기
피규어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설계하고 있다. 사진=피규어

AI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유망주 피규어(Figure)가 엔비디아를 포함한 거대 기술 기업들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본격 상용화 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번 투자 유치로 피규어의 기업가치는 390억 달러(약 54조 6000억 원)로 뛰어올랐다. 확보한 자금은 로봇 제조, AI 훈련 기반시설, 데이터 확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강화해 물류, 창고, 가정 등 실제 환경에 로봇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계획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각) 테크놀로지 매거진에 따르면, 피규어는 파크웨이 벤처 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 투자에는 엔비디아, 브룩필드 자산운용, 맥쿼리 캐피털, 인텔 캐피털, LG 테크놀로지 벤처스, 세일즈포스, T-모바일 벤처스, 퀄컴 벤처스 등 세계적인 기술 대기업과 유수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높은 잠재력과 피규어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피규어는 조달한 자금을 세 가지 핵심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첫째,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생산과 운영 배치 역량을 강화한다. 둘째, 로봇 모의실험과 복잡한 AI 모델 훈련에 필수인 GPU 기반 계산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헬릭스(Helix)'의 '구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고도화하고자 방대한 실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한다.

대량생산 체계 구축…BMW 공장서 첫 실증

이번 투자금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가정과 산업 현장 모두에서 활용될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상업 배치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피규어는 자사의 대량 생산 기지인 'BotQ' 제조 시설의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BotQ는 인간 고유의 정교한 손재주와 상호작용 능력을 모방하도록 설계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을 책임지는 핵심 시설이다.

피규어 로봇은 우선 BMW 등 실제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물류, 창고 관리, 가사 노동처럼 반복적이거나, 노동 강도가 높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부터 맡는다. 회사의 최종 목표는 수만 대 이상을 상용 배치하는 것이다. 정교한 물리 자동화 기술과 고도의 AI 추론 능력을 결합한 로봇에 대한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피규어는 '구체화된 지능'으로 복잡한 현실 세계의 과제 해결에 나선다. 피규어는 지난 3년간 두 세대의 로봇을 개발했으며, 현재 최신 모델인 '피규어 03'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피규어의 브렛 애드콕 최고경영자(CEO)는 "피규어의 목표는 범용 로봇 공학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이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를 가능하게 할 알맞은 기술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이룰 수 있는 로봇입니다. 오늘, 우리는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조달을 발표합니다. 팀은 준비됐고, 로봇은 만들어졌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은 명확합니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AI 업은 '두뇌'…10만 가구 데이터로 학습


피규어는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엔비디아와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GPU 계산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확장하는 데 투자한다. 로봇의 AI 모델 학습과 모의실험, 실시간 제어 모든 과정에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을 핵심으로 활용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AI 학습에는 엔비디아 DGX 시스템을, 가상 환경 모의실험에는 옴니버스(Omniverse)와 아이작 심(Isaac Sim) 플랫폼을 사용하며, 로봇 본체에는 실시간 추론과 제어를 위한 젯슨(Jetson) AI 컴퓨터를 탑재한다.

피규어의 독자 AI 시스템인 헬릭스 플랫폼은 회사가 "구체화된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우르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식, 추론, 제어의 중추 노릇을 한다. 헬릭스는 시각 정보로 사물을 인식하고, 자연어(인간의 언어)로 된 명령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정교한 운동 제어를 실행하는 통합 '시각-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 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정교한 지능을 완성하기 위해 피규어는 현실 세계의 방대한 데이터 확보에도 나섰다. 1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대체 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와 획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은 이유다. 10만 호가 넘는 브룩필드의 주거와 상업용 부동산 환경에서 인간의 실제 작업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로봇 AI 학습에 직접 활용하는 제휴다.

애드콕 CEO는 "이번 협력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려는 우리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브룩필드의 규모는 다양한 가정 환경 전반에 걸쳐 방대한 양의 인간과 비슷한 이동과 조작 데이터를 포착할 수 있는 독보적인 발판을 제공합니다"라고 협력의 뜻을 설명했다.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 CEO 역시 "이러한 협력 방식은 실물 자산과 사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자 AI를 통합하는 데 있어 브룩필드의 선도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피규어와 엔비디아의 협력을 자본, 기술, 데이터라는 3박자가 결합한 로봇 혁신 가속화의 상징으로 평가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 최첨단 GPU 기반시설 확보, 실제 환경 데이터의 전략 활용이라는 과감한 사업 모델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간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력은 기존의 공장 자동화나 물류 시장을 넘어, 서비스와 가정용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피규어의 야심을 분명히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