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AI칩 생산 전면 통제…TSMC·삼성 통해 세계 공급망 차단
SMIC 기술 한계 뚜렷…무역 협상 변수는 희토류
SMIC 기술 한계 뚜렷…무역 협상 변수는 희토류
이미지 확대보기세계적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가 중국 기업들의 AI 칩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첨단 AI 칩을 개발해도,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극히 제한된 사양의 반도체만 위탁생산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유일한 대안인 자국 파운드리 SMIC가 미국의 수출 통제로 기술의 한계에 부딪힌 터라 더욱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14나노·300억 트랜지스터에 묶인 中 반도체
2025년 1월부터 시행한 미국 상무부의 '첨단 AI 칩 실사(Advanced AI Chips Due Diligence)' 규정은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생산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 규정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 등 해외 파운드리는 중국 기업을 위해 칩을 생산할 때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된 AI 칩은 16나노미터(nm) 또는 14nm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사용할 수 없으며, 칩에 내장하는 트랜지스터 수도 300억 개를 넘을 수 없다. HBM이 없는 칩이라도 트랜지스터 수는 350억 개 미만으로 묶인다. 최근에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면제 조항까지 폐지돼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과 시설 개선까지 막혔다.
제프리스 분석가들은 "이러한 생산 한도는 현재 AI 칩 시장을 석권하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와 비교할 때 현격한 기술 격차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H100 GPU에는 8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고, 이전 세대인 A100조차 54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했다. 미국의 규제는 중국이 최신 AI 기술 경쟁에서 최소 몇 세대 뒤처지게 만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유일한 희망 SMIC의 한계와 지정학적 변수
중국의 유일한 희망인 자국 최대 파운드리 SMIC 역시 대안이 되지 못한다. SMIC는 7nm 공정 양산 능력을 갖춘 유일한 중국 기업이지만, 업계의 요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네덜란드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대신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에 의존해 첨단 공정의 수율과 생산량에 명백한 한계를 보인다. 또한 첨단 증착, 식각, 이온 주입 장비 확보도 제한돼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분석가들은 SMIC의 제한된 생산 능력 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 수많은 AI 칩 설계 기업(팹리스)들의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 결국 화웨이와 같은 특정 기업에 생산 능력을 먼저 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난관은 지난해 화웨이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5nm 공정 기반의 '어센드(Ascend)' AI 칩 출시가 무산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화웨이는 5nm 칩 생산에 실패하고 기존의 7nm 칩을 재포장해 내놓는 데 그쳤다.
미국의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중국의 AI 칩 설계 기업들은 세계 선두 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프리스는 이 교착 상태를 해결할 변수로 미·중 무역 협상을 꼽았다. 중국이 협상 카드로 쥘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는 이른바 '첨단 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다.
분석가들은 "만약 미·중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면, 웨이퍼 제조 장비(WFE)에 대한 수출 제한이 풀리거나 첨단 칩 실사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분간 규제 강화 흐름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제조 기술의 격차가 중국 AI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등 세계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처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