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과학 졸업생 2배 늘었지만…기존 인력은 설 자리 잃어
수백만 달러 연봉에도 '인재 없다'…극소수 전문가에만 쏠림 현상
								수백만 달러 연봉에도 '인재 없다'…극소수 전문가에만 쏠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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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AI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시장은 극소수 AI 전문가와 나머지 기술 인력으로 나뉘는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들고 있다. 고급 인재가 부족해지면서 AI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개발 비용이 상승하는 등 국가 기술 혁신 전반의 둔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AI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소수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높은 대우를 누린다. 그 바로 아래 등급의 전문가들 역시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육박하는 보상을 받는다. 반면, 이 범주에 들지 못하는 대다수 엔지니어에게 취업 시장의 문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좁다.
수천 명 지원해도 '쓸 사람 없다'…초격차 인재 찾는 기업들
기업들이 찾는 AI 인재는 단순히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챗GPT를 능숙하게 다루는 수준을 넘어선다. AI 이미지·영상 생성 스타트업 '런웨이'의 크리스토발 발렌수엘라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수백 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마치 "동네 체육관에서 농구를 즐기는 사람이 미국 프로농구(NBA)에 들어가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AI 모델을 '1000개의 다이얼이 달린 정교한 기계'에 비유했다. 이 기계가 스스로 규칙을 학습하고 결과를 예측하게 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주면서 어떤 다이얼을 어느 정도로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는 비범한 직관과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거나, AI가 주목받기 한참 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든 선구안을 가진 극소수만 지닌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AI 경험이 부족한 인력에게 내부 교육 기회를 주기보다, 검증된 경력자를 무작정 '기다리는' 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런웨이가 엔지니어링 관리자 자리에 최대 44만 달러(약 6억1600만 원)의 연봉을 내걸자 일주일 만에 2000건이 넘는 지원서가 몰렸다. 하지만 발렌수엘라 CEO는 이들 가운데 한 명도 뽑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AI 기술을 안다고 주장하는 지원자 다수가 내놓는 결과물은 그저 '조잡하고 수준 낮은 작업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원하는 인재를 찾고자 학술지를 뒤지고 개발자들의 작업물이 모인 깃허브를 샅샅이 훑는다.
AI 스타트업 '피클'의 대니얼 박 대표가 내건 조건은 더욱 까다롭다. 그는 최대 50만 달러(약 7억 원)의 연봉을 주겠다며 '주 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을 '영재'를 찾고 있다. 심지어 팀원 대부분이 샌프란시스코의 방 6개짜리 주택에서 함께 살며 일에만 몰두한다. 이처럼 일부 신생 기업은 'AI 광신도'에 가까운 인재를 찾으려 1년 넘게 채용에 매달리기도 한다. 이들이 이토록 헌신을 요구하는 까닭은 개발 목표가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고도로 개인화한 AI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을 넘어, 광기에 가까운 몰입과 헌신까지 요구하며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5년 경력'도 소용없다…AI 시대, 설 자리 잃은 베테랑
고용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오랜 기간 업계에 헌신해 온 숙련 기술자들을 혹독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십 대 자녀 둘을 둔 제임스 스트론(55) 씨가 바로 그런 사례다. 그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에서 25년 동안 선임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지난 여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과거 어도비가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를 채용한 것은 일종의 '믿음의 도약'이었다. 회사는 그의 예술적 배경이 소프트웨어를 더 쓰기 편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 믿고 기회를 줬다. 하지만 지금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이름난 회사에서 쌓은 오랜 경력이 최소한 면접 기회를 줘서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회사를 나온 뒤 그가 면접을 본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스트론 씨의 사례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다수 구직자의 현실과, 이상적인 조건만 나열하는 채용 시장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런 현상은 경력 전환자나 신규 진입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며 일반 기술 노동자의 직업 불안을 키운다.
기술 채용 회사 '하이어웰'의 맷 마수치 CEO는 이 현상을 'AI 군비 경쟁'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엔지니어 한 명이 열 명의 몫을 해내는 '10배 효율 엔지니어'를 원하며, 신입 사원은 이 경쟁에서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낮은 수준의 엔지니어링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아낀 돈을 최고급 인재에게 쏟아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재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소수 거대 기업과 자금력이 풍부한 신생 기업에만 인재가 몰려, 디지털 전환에 뒤처진 다른 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AI가 이끈 기술 혁신은 소수 고액 연봉을 받는 '가진 자'와 일자리를 잃거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훨씬 더 많은 '못 가진 자'를 낳으며 기술 고용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2034년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자리가 2023년보다 6% 줄어들 것이라 예측해, 이런 구조 변화가 길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통적인 학위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 기술을 응용할 줄 아는 인재를 발굴하고, 기업 안에서 직무 능력을 높이는 재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등 혁신적인 채용·교육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부와 교육기관, 기업이 힘을 합쳐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기술 업계의 AI 인재난이 심화되면서 고용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컴퓨터 과학 졸업생 수는 크게 늘었으나, 극소수 AI 전문가에게만 기회가 집중되고 기존 기술 인력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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