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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캐나다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트’ 제재…화웨이 칩 해체 보고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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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캐나다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트’ 제재…화웨이 칩 해체 보고서 후폭풍

TSMC·삼성·SK하이닉스 부품 사용 분석 뒤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등재
서방과 기술전쟁 확전 조짐…中 상무부 “민감정보 제공 금지” 지시
화웨이의 기린 9020 칩셋. 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의 기린 9020 칩셋. 사진=화웨이
중국 정부가 서방과의 기술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칩의 출처를 추적하기 위해 칩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오타와에 본사를 둔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신뢰할 수 없는 법인 목록'에 추가되었으며 중국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중국 개인과 조직은 회사에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테크인사이츠가 화웨이 테크놀로지스가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최대 반도체 기업의 첨단 부품을 일부 어센드 인공지능 프로세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테크인사이츠가 2019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전에 본사를 둔 거대 기술 기업 화웨이의 제품에 대한 분해 보고서를 통해 칩 비밀을 폭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10월 컨설팅 회사는 당시 화웨이의 가장 인기 있는 AI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B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면서 해당 칩이 TSMC에서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화웨이가 TSMC의 파운드리 서비스 사용을 금지한 미국의 제재를 회피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TSMC와 화웨이 모두 이 보도를 부인했다.

글로벌 전략 독립 분석가 천 지아는 테크인사이츠 보고서가 "공격적인 관점과 대담한 내용"으로 인해 중국 기술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한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단 분해가 격화되는 기술 전쟁을 감안할 때 위험과 법적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 범위 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조치는 또한 잠재적인 데이터 보안 및 공공 정책 위험에 대해 중국에 본사를 둔 기술 컨설팅 회사와 제3자 검토 기관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천은 덧붙였다.

테크인사이츠는 신뢰할 수 없는 법인 목록에 추가된 14개 해외 회사 중 하나였으며, 대드론 기술 제공업체인 데드론 바이 액슨과 디자인 테크놀로지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들은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 유럽, 한국의 테크인사이츠 자회사도 목록에 추가됐다.

테크인사이츠는 9일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이 대만과 군사 및 기술 협력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데 도움을 주어 국가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서방 컨설팅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미중 기술 전쟁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 상무부가 예멘의 하마스와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기화된 드론에서 발견된 미국 부품의 구매 및 사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 혐의로 중국에 본사를 둔 12개 회사를 법인 목록에 추가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1989년에 설립된 테크인사이츠는 반도체 및 전자 산업에 기술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고서 중 다수는 "구독자 전용"이며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컨설팅 회사는 미국 제재를 받는 거대 통신 장비 기업에 대한 보고서, 특히 화웨이 제품에 사용되는 칩에 대한 분해 분석으로 기술 커뮤니티에서 명성을 얻었다.

2023년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파운드리 SMIC가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 내부의 7나노미터 기린 프로세서 뒤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5G 핸드셋 시장에 복귀했다는 신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년 후 컨설팅 회사는 화웨이와 SMIC가 칩 제조를 5nm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테크인사이츠는 6월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새로 출시한 메이트북 폴드 얼티밋 디자인 노트북에는 SMIC에서 7nm 공정 노드를 사용해 제조한 기린 X90 시스템 온 칩이 탑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중 기술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기술 정보 수집과 분석 활동까지 제재 대상이 되면서 기술 냉전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블랙리스트 지정은 향후 글로벌 기술 컨설팅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분석 활동과 보고서 발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