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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에너지 규제 전쟁’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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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에너지 규제 전쟁’ 전방위 확산

EU 46개 대기업 “지속가능성법 전면 폐지” 요청…벤처글로벌·BP 10억 달러 분쟁 격화
미 재무부, 이란 수출망 50곳 추가 제재
유럽 대기업의 지속가능성법 전면 폐지 압박,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와 BP 간 장기계약 분쟁, 미국 재무부의 이란 제재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며 에너지 시장과 기업 규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대기업의 지속가능성법 전면 폐지 압박,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와 BP 간 장기계약 분쟁, 미국 재무부의 이란 제재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며 에너지 시장과 기업 규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지=GPT4o
최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미 재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법을 전면 폐지해 달라는 유럽 대기업의 압박,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와 BP 간 장기계약 분쟁, 미국 재무부의 이란 제재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에너지 시장과 기업 규제가 요동치고 있다.

EU 46, ‘CSDDD 전면 폐지요구


지난 9(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토탈에너지(CEO 패트릭 푸야네)와 지멘스(CEO 롤란트 부쉬)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46개 기업을 대표해 지난해 도입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을 전면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지침은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문제를 점검해 시정하도록 하고, 불이행 때 매출의 최대 5%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이다. 두 기업은 지속되는 규제가 유럽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현재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전면 폐지 요구는 논의 범위를 훌쩍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중공업 분야에서 규제 비용이 실물경기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LNG 계약 분쟁…벤처 글로벌, BP에 중재 패소


미국 LNG 수출사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은 지난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에서 루이지애나 칼카시우 패스 시설의 화물 인도 시점과 관련해 BP와 벌인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에서 패소했다고 밝혔다.

중재 재판부는 벤처 글로벌이 상업운전 개시일(COD)을 제때 알리고, 합리적·신중한 운영을 하지 않았다BP의 손해배상 요청(10억 달러)을 인정했다. 배상액 심리는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벤처 글로벌은 다른 고객과 맺은 분쟁은 합의로 마무리했다며 이번 판정에 유감을 표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다른 청구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8%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장기계약 물량을 고가 현물시장에 내다 판 것이 분쟁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원유·LPG 수출망 겨냥 제재 강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8일 이란 국영 석유·석유화학 수출망을 뒷받침한 개인·단체·선박 50여 곳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여기에는 그림자 선대로 불리는 환적 선박 20여 척과 중국·중동의 터미널, 독립 정유시설 등이 포함됐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란의 에너지 수출 허브를 분해해 현금 흐름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선박 위장·환적·혼합 정제 등 제재 회피에 동원한 네트워크를 겨냥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 강화가 아시아 정제마진과 해상운임, 보험료에 연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대기업의 규제 철폐 요구, 미국 LNG 운송사의 중재 패소, 이란 제재 확대는 각각 다른 상황이지만, ‘규제 비용’ ‘공급망 준수’ ‘에너지 안보 및 가격이라는 교차점에서 전방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규제의 작은 변화가 에너지 흐름과 기업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