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WTO가입·AIIB설립, 서방 테러·전쟁·금융위기 직후 이뤄져…"산만함의 창" 전략 활용

보도에 따르면 서방의 혼란 속에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발전들이 이뤄졌다. 긴급한 사안이 장기 위협을 밀어내는 분열된 초점 탓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브라운 대학의 전쟁비용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만 8조 달러(약 1경 1380조 원)를 쏟아부었으며, 이 기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대규모 경기부양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밀어붙였다.
28년간 반복된 '위기의 동시성'
중국의 주요 발전은 서방 위기와 놀라운 시기 일치를 보인다. 1997년 7월 2일 태국이 바트화를 평가절하하며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바로 하루 전인 7월 1일, 영국이 156년간의 식민 통치를 끝내고 홍콩을 중국에 넘겼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순간, 중국은 세계 주요 금융허브를 손에 넣었다.
1999년 5월 7일 NATO의 코소보 작전 중 미국 전투기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해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중국에서는 이런 규모의 시위가 거의 항상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방이 개입 문제로 골몰하는 사이, 중국 공산당은 두 달 뒤인 7월 파룬궁 박해를 시작했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해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이 전 세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는 동안, 중국은 같은 해 12월 WTO에 정식 가입했다. 15년간의 협상 끝에 규칙 기반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며 제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 주도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같은 달 12일 WHO는 광둥성과 하노이의 비정형 폐렴 집단 발생에 대해 최초로 글로벌 경보를 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었다. 서방의 주의가 중동 분쟁에 쏠린 사이, 첫 현대 팬데믹이 동쪽에서 발생했고 중국 당국은 초기 보고를 막았다.
2005년 7월 7일 런던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터져 52명이 숨졌다. 영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대테러 대응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유럽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를 늘리는 사이, 중국은 기업 인수합병 규칙을 완화하고 8월 미중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
금융위기 속 중국의 비약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해 8월 베이징올림픽으로 '중국의 도래'를 과시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11월 중국은 5860억 달러(약 833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서방 은행들이 흔들리는 동안 중국의 재정력은 공장 국가에서 채권국으로 가는 길을 빠르게 만들었다.
2010년 5월 그리스의 첫 구제금융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드러났다. 중국은 국영은행을 통한 해외 대출을 늘리고 9월 희토류 광물 수출 제한을 걸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대출이 유럽 국가들의 침묵과 묵인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아시아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내걸었지만, 자원이 부족했고 계속되는 중동 수렁에 발목이 잡혔다. 테러와의 전쟁은 수조 달러를 집어삼켰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동맹국들은 중국에 대응하는 전략에 쓸 힘을 다른 곳에 빼앗겼다.
2012년 아랍의 봄 시위, 리비아 내전, 유로존 위기가 이어지며 서방 국가들은 정권 교체와 난민, 긴축 재정으로 허덕였다. 그 틈에 중국은 시진핑의 후계 구도를 착착 다졌다. 2012년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후계자로 확정되며 더 공세적인 자세를 갖춘 지도부 교체가 준비됐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21개국이 AIIB 설립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서방이 모스크바를 고립시키는 동안 중국은 세계은행에 맞서는 금융체계를 세웠다.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ISIS 테러로 130명이 숨지며 유럽이 애도와 경계에 휩싸였다. 그해 여름 중국 주식시장은 이미 수조 달러 가치를 날렸고, 8월 중국은 자본 통제로 유출을 막았다. 유럽연합의 시선이 테러범들에 쏠린 사이 중국은 금융 방벽을 쌓았다.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투표로 유럽 통합 프로젝트에 금이 갔다. 불과 몇 주 뒤인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중국은 이를 단칼에 거부하고 인공섬 건설과 순찰을 배로 늘렸다. 유럽연합의 혼란이 서방의 통일된 비난을 약화시켰다.
팬데믹과 전쟁 속 중국의 전진
2019년 6월 홍콩 거리가 범죄인 인도 법안을 놓고 들끓었다. 이는 미국의 강화된 압박과 겹쳤다. 화웨이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에 대한 기소가 1월 공개됐고 체포와 인도 공방이 그해 내내 이어졌다. 기술 안보가 강대국 경쟁의 새 전선으로 떠올랐다.
2020년 3월 WHO가 코로나19 글로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병원과 경제가 마비됐다. 3개월 뒤인 6월 30일 중국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들이밀어 반대 의견을 범죄로 만들고 '일국양제' 약속을 크게 훼손했다. 보건 위기가 큰 비판을 잠재웠다.
2021년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동맹국들을 버리고 미국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7월과 8월 탈레반 대표단을 초청해 중앙아시아의 힘 공백을 메우려는 신호를 보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불과 3주 전인 2월 4일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무제한 파트너십'에 서명하며 군사와 경제 유대를 깊게 만들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터지며 서방의 단합에 금이 갔다. 중국은 그해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를 중재하며 깜짝 화해를 이끌어냈다. 서방이 중동에 다시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에너지 부국들을 두루 끌어안았다.
6가지 경향으로 드러난 패턴
에포크 타임스는 이런 사례에서 6가지 경향을 찾아냈다. 첫째, 중국의 가장 과감한 행동들은 영토 장악부터 제도 출범까지 서방 위기 속에서 나타났다. 둘째, 서방 경제가 흔들릴 때 중국은 해외 대출이나 자원 비축으로 몸집을 불렸다.
셋째, 월스트리트가 흔들리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긴장하면 중국은 AIIB 같은 대안을 세우거나 헤이그 판결을 무시했다. 넷째, 전 세계 소란이 시진핑의 부상부터 홍콩 국가보안법까지 내부 탄압을 가렸다.
다섯째,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국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 협정처럼 중립 중재자 역할을 했다. 여섯째, 이런 움직임은 몇 년이 아닌 위기 기간 6~12개월 안에 벌어졌다.
또한, 이 매체는 또 중국 공산당이 공개 인권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권 문제를 거의 제기하지 않는 서방에게 이는 큰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패턴은 계속
2025년에도 이 패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부른 날, 중국에 상호관세 34%를 매겨 총 54%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보복 관세 악순환 끝에 중국 제품에 미국이 매긴 관세는 최고 145%까지 치솟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에 이르는 전면 관세는 지난 8월 29일 연방순회법원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른 관세를 불법으로 판결한 뒤 점점 더 많은 법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 'V.O.S. 셀렉션스사 대 미국 정부' 소송을 포함해 연방법원들은 IEEPA로 매긴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해당 소송이 항소 중인 동안 관세는 계속 유효하다.
중국은 이미 대응 태세를 갖췄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늘릴 수밖에 없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4년 4.9%에서 2025년 4.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맥쿼리는 60% 관세가 앞으로 12개월간 중국 GDP를 2%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10대 핵심 산업을 키우는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산업 구조 전환을 빠르게 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은 2003년 10%에서 2023년 30%로 늘었고, 전 세계 AI 투자의 70%,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의 47.6%를 차지한다.
IMF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2024년 4.6%, 2025년 4.1%로 계속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서방의 대중 무역 견제가 강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로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지만 종종 운율이 맞는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려 "서방이 시선을 돌릴 때마다 중국이 전진하는 이 패턴에 맞서 행동할 준비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