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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3500억 달러 투자협상 '10일 내 타결'…한은 "통화스와프론 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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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3500억 달러 투자협상 '10일 내 타결'…한은 "통화스와프론 해결 안 돼"

이창용 총재 "단기·고비용 구조로 투자엔 부적합"…APEC 정상회의서 최종 합의 전망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497조 원) 규모 무역협정 타결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주 APEC에서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497조 원) 규모 무역협정 타결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주 APEC에서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다. 이미지=GPT4o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497조 원) 규모 무역협정 타결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통화스와프를 투자 수단으로 쓰는 방안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중앙은행 통화스와프는 최대 6개월 단기이고 비용도 들어 투자 수단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은 "연준과 스와프 논의한 적 없어"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양자 통화스와프를 놓고 논의한 적이 없다"며 "통화스와프는 무역협상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문제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가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 우려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국내 언론이 한국 정부가 미국 재무부와 아르헨티나식 통화스와프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한 데에도 이 총재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만약 다른 형태 스와프가 있다면 기간과 비용 등 세부사항이 나온 뒤 맞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캐슬린 오 한국·대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아르헨티나식 외환안정화기금(ESF) 방식을 추구한다는 최근 보도는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연준과 일본 양해각서(MOU)처럼 2029년 1월까지 투자 기간을 명시한 한시 또는 상설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게 맞는 선택"이라고 제안했다.

美 베선트 "10일 내 타결 예상"…2시간 넘게 협상


한편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투자 협정 실행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 기자간담회에서 "이견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고 앞으로 10일 안에 무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CNBC 방송 대담에서도 그는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 넘게 면담했다. IB타임스는 지난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러트닉 장관과 고위 관리들과 회담한 뒤 "대부분 핵심 쟁점에서 실질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실장은 "여전히 조율해야 할 분야가 한두 가지 남았다"며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나머지 논의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국이 한국 외환시장을 많이 이해하고 있고, 우리가 제안한 것(통화 스와프)을 받아들일 것 같다"며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10년 분할 투자 검토…"상업적 합리성 확보해야"


보도에 따르면 협상의 주요 쟁점은 미국이 전액 선불 투자를 요구한 것이었다. 한국 측은 이런 요구가 비현실이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양국은 일회성 지불이 아닌 10년 분할 투자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풀지 못한 사안들이 매우 복잡하고 심각하지만, 협상 분위기는 건설이고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스와프 협정과 투자처 세부사항 등 일부 미해결 사안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가 말한 '선불' 의미는 3500억 달러를 확보했다는 정치 수사로 보인다"며 "총액 자체가 머릿속에 박혀 있고, 세일즈했기 때문에 줄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한국 재계 총수들 만나 대미 투자 독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에서 열린 비공개 골프 행사에서 삼성, 현대, LG, SK그룹, 한화 등 한국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났다. 관세 문제는 직접 논의하지 않았으나, 트럼프는 이들의 대미 투자를 칭찬하며 조선업 등 핵심 산업에 계속 참여해달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한국과 통화스와프 라인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한국이 투자 패키지의 시장 영향을 줄이려는 안전장치를 요청한 데 언급했다.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올해 2월 기준 외환안정화기금(ESF) 자산 총액은 2108억 달러(약 300조 원)로, 한국이 요청하는 대규모 통화스와프를 전액 감당하기엔 규모가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