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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함정 370척 vs 미국 293척…트럼프 "배만 뒤처졌다" 발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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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함정 370척 vs 미국 293척…트럼프 "배만 뒤처졌다" 발언의 진실

해군력 격차 230배 중국 조선소, 한국·일본 동맹 네트워크로 맞서는 미국
중국의 함정이 미국을 압도하는 가운데 진정한 해양 우위는 단순한 함정 수가 아니라 동맹 네트워크, 첨단 기술, 조선 능력, 그리고 핵잠수함 전력으로 결정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함정이 미국을 압도하는 가운데 진정한 해양 우위는 단순한 함정 수가 아니라 동맹 네트워크, 첨단 기술, 조선 능력, 그리고 핵잠수함 전력으로 결정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군사 측면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발언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중 해군력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진정한 해양 우위는 단순한 함정 수가 아니라 동맹 네트워크, 첨단 기술, 조선 능력, 그리고 핵잠수함 전력으로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에세나리오문디알(escenariomundial)이 지난 20(현지시각) 미중 해군력 경쟁의 실체를 사세히 분석해 보도했다.

함정 수는 중국이 우위, 톤수·화력은 미국이 압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2025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7000억 달러(3839조 원)를 넘어서며 기록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만으로도 전 세계 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한 '군사균형 2025(Military Balance 2025)'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이미 370척 이상의 주요 전투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 해군을 운영하고 있다. 미 국방부 추산으로는 중국 해군이 2025년까지 395, 2030년까지 435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 해군은 20254월 기준 293척의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국은 총 톤수, 5세대 함재기, 운용 중인 핵항공모함 수(미국 11척 대 중국 3), 그리고 수직발사체계(VLS) 능력에서 구조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VLS는 전투함이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수를 결정하는 핵심 전력 지표다. 미 해군은 약 1만 개의 VLS 셀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도 최근 84척의 VLS 탑재 수상함을 운용하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

더욱이 미 해군은 이런 전력을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영국 등 글로벌 기지 및 동맹 네트워크와 결합해 작전 범위를 배가시키고 있다. IISS"미국의 해양력은 선체 수보다 위기 상황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연합 구조로 정의된다"고 지적했다.

조선 능력 격차가 '위험의 창' 만들어


산업 요인은 균형이 긴장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조선의 50% 이상을 통제하고 있으며, 그 규모 일부는 군사 분야로 전환된다.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는 단독으로 전 세계 상업용 조선 시장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조선소는 민간과 군용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는 이중 용도 시설을 운영하며, 대규모 인력과 생산라인을 통해 유지보수 시간을 줄이고 함정 회전율을 높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의 수상 플랫폼 생산 및 수리 능력이 미국을 크게 능가한다"고 인정했다. 미 해군 정보국 추산으로는 중국의 전반적 조선 능력(군용과 민간)이 미국보다 230배 이상 크다. 중국은 지난해 972척의 상업용 선박을 인도한 반면, 미국은 7척에 그쳤다.

의회조사국(CRS)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가들은 북미 조선소가 "노동력과 2차 공급업체에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어 새로운 구축함과 잠수함 프로그램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 장관 존 펠란은 올해 6월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 모든 프로그램이 엉망"이라며 "최고 프로그램도 6년 지연되고 예산을 157% 초과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미국은 연구개발(R&D), 전자전, 정보·감시·정찰(ISR) 통합, 그리고 핵 공격 잠수함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CRS는 과제가 "선체 격차가 전략 문제가 되기 전에 재정 역량을 산업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맹 네트워크가 전력 배가 효과…한국·일본 역할 확대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 이르는 이른바 '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에 군사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 병참 작전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항구와 조선소는 일대일로 사업과 연결된 해양 거점을 형성해 근거리에서 지속 존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미국은 네트워크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최근 몇 년간 필리핀은 미국과 강화된 방위협력협정(EDCA) 아래서 접근 가능한 기지를 9개로 확대했다. 이들 기지는 필리핀 루손 북부와 팔라완 지역에 위치하며,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작전에 전략 중요성을 갖는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2027년까지 2%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2025 회계연도 일본 국방 예산은 87000억 엔(82조 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AUKUS 협정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2032년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도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 범위를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한국에 공식 요청했으며, 국방비를 현재 GDP 2.3%에서 5%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IISSCSIS는 이런 동맹 구조가 "선체 동등성을 요구하지 않고도 억지력을 배가시킨다"는 데 동의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더 많은 함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바다가 더 많다는 것이다.

'캐리어 킬러' 미사일 vs 분산작전 개념


중국은 미군 항공모함과 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둥펑(DF)-26DF-21D 미사일로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전략을 완성했다. DF-21D는 사거리 1500km 이상, DF-264000km 이상으로 괌의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 또는 '캐리어 킬러'로 불린다.

'군사균형 2025'를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지역 사격 밀도에서 질적 도약을 이뤘다". 중국은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 YJ-21과 대함 순항미사일 YJ-18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핵항공모함, 전략폭격기, 스텔스 잠수함이 뒷받침하는 더 작지만 더 강력한 함대로 대응하고 있다. 미 해군의 '분산해양작전(Distributed Maritime Operations·DMO)' 개념은 더 많은 노드, 더 많은 중복성, 더 많은 상호 운용성을 갖춘 분산 억제에 기반한다. 이 개념은 함정들을 넓게 분산시키되 통일된 목적으로 행동하게 해, 중국 센서와 대함 화력이 결정타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군 전문지 USNI 뉴스는 2025년 보고서에서 "결정적인 것은 각자가 얼마나 많은 함정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파트너와 함께 작전을 유지할 수 있는지"라고 요약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리더십은 상대 우위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확고하다는 평가다.

IISS'군사균형 2025'"미국의 해양 우위는 여전히 유지되지만, 그 유지는 예산보다는 산업 역량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단기적으로 경쟁은 기지, 상호 운용성, 대응 속도 같은 억지력에서 펼쳐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예측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함대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