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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자산 매각' 흑자에도…파운드리 23억 달러 '적자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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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자산 매각' 흑자에도…파운드리 23억 달러 '적자 수렁'

PC·데이터센터 부문 선방, '애로우 레이크' 등 고마진 제품 주효
TSMC와 기술 격차 여전…월가 "18A 수율 낮고 14A도 요원, 매각 고려해야"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인텔은 표면상으로는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알고 보면 파운드리가 23억 달러의 적자 수렁에 빠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인텔은 표면상으로는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알고 보면 파운드리가 23억 달러의 적자 수렁에 빠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공룡' 인텔이 2025년 3분기, 137억 달러(약 19조 원)의 매출과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발표하며 표면상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전년 동기 대비 3%, 전 분기 대비 6% 증가한 매출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며 한때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금요일 개장 전 거래에서 8%까지 급등하기도 했으나, 개장 직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흑자 이면에는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 규모의 자산 매각 이익이 자리하고 있으며, 회사의 명운을 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여전히 막대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스타인 증권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가 "이 싸움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평한 이유다.

이번 실적은 미국 정부,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등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상당한 현금 수혈 이후 재무 상태 개선을 보여주었으나, 핵심 사업의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서류상 흑자'의 이면…30억 달러는 자산 매각


인텔이 발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순이익은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익의 약 4분의 3에 이르는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가 알테라(Altera)와 모빌아이(Mobileye) 지분 매각에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이다. 이를 제외한 실제 영업 이익은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물론 비용 절감 노력은 돋보였다. 인텔의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38.2%로 개선됐으며, 영업 비용은 44억 달러(약 6조 3300억 원)로 전년 동기의 54억 달러(약 7조 7700억 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연구개발(R&D) 지출은 40억 5000만 달러(약 5조 8300억 원)에서 32억 3000달러(약 4조 6500억 원)로 줄었고, 구조조정 비정 비용으로 1억 7500만 달러(약 2500억 원)가 집계됐다.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에 "재무 상태를 강화하고 운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며 "차세대 기술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PC·데이터센터 부문은 '선방'


전통 강자인 사업 부문들은 회복세를 보였다. 노트북과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은 85억 달러(약 12조 2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부문 매출은 2분기 대비 7.6%,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특히 '애로우 레이크'와 '루나 레이크' 등 AI PC에 탑재되는 고마진 제품군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하며 영업이익률 31.6%라는 견조한 성과를 냈다.

데이터 센터와 AI 그룹(DCAI) 역시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 분기 대비 5%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3.4%로 최근 몇 분기 중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클라우드와 기업 고객들의 '제온 6'(그래닛 래피즈) 프로세서 채택이 늘어난 덕분이다.

'캐시카우'는 건재…문제는 '미래'


문제는 인텔이 'IDM 2.0'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 파운드리 사업이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3분기에 42억 달러(약 6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3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라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58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의 손실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현금 유출원이다.

시장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IFS의 손실이 25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로 다시 증가하고 매출은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야심 찬 18A, 수율·고객 모두 '빨간불'


가장 큰 문제는 외부 고객 유치 실패다. 번스타인의 라스곤은 파운드리 매출 42억 달러(약 6조 원) 중 외부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고작 800만 달러(약 115억 원)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실제 인텔은 최신 공정인 18A(1.8나노급)가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 유치에 실패하자 주로 내부 제품 생산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제 인텔의 희망은 차세대 공정인 14A(1.4나노급)로 넘어갔지만,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수요가 확인될 때만 14A 제조 역량을 추가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탄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잠재 외부 고객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초기 피드백에 고무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라스곤은 "14A는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고 지적했다.

"TSMC보다 몇 년 뒤처져"…월가의 냉정한 시선


월가의 평가는 냉혹하다. 파운드리 사업이 난관에 부딪힌 동시에, 인텔의 핵심 제품 사업(CPU)이 경쟁사인 AMD(AMD)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 자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진스너 CFO 역시 컨퍼런스 콜에서 18A 공정의 수율(정상 칩 비율)이 "적절한 수준"이지만 "적절한 마진을 견인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한 18A가 최대 생산 능력에 이르는 시점을 "2020년대 말"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분석가들은 18A 공정으로 최근 출시된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Clearwater Forest)' 칩의 수요 수준 역시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시장수익률 하회' 등급을 유지하며 "18A 노드의 느린 내부 채택과 미국 내 파운드리 경쟁을 감안할 때, 인텔 파운드리의 현재 불리한 비용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텔은 그간 TSMC가 독점하는 대만 중심의 공급망 위험을 내세우며 '미국 공급망의 핵심'임을 강조해왔고, 이러한 주장은 지난 8월 미 정부의 9.9% 지분 투자로 이어졌다. 그러나 씨티의 크리스 댄리 애널리스트는 "TSMC가 미국 신규 공장에 1650억 달러(약 237조 원)를 투자하며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댄리는 "인텔의 파운드리가 TSMC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고 본다"며 "제3자 제조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도이체방크의 로스 시모어 역시 "단기에는 파운드리 파트너 발표, AI 협력 등 이벤트 중심의 주가 흐름을 보이겠지만, 결국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가면 주가에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표는 맞지만, 전환점은 아니다


인텔은 4분기 매출 전망치로 128억~138억 달러(약 18조 4000억~19조 8600억 원)를 제시했다. 진스너 CFO는 "현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202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수요 자체는 견고함을 시사했다.

2025년 3분기 실적은 팻 겔싱어 전 CEO 시절의 야심 찬 '4년 내 5개 노드' 계획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2024년 주가 폭락을 겪은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비용을 통제하고 일부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렸다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인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한, 진정한 '전환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