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번영의 그늘, 잃어버린 정신의 가치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스펜서 콕스(Spenser Cox) 유타주 주지사와 하버드대학교 퍼블릭컬처프로젝트(Public Culture Project)의 이언 마커스 코빈(Ian Marcus Corbin) 선임연구원이 공동으로 기고한 글을 통해 “소비주의와 중독경제(addiction economy)가 미국 공화국의 근본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저자는 “오늘의 미국은 ‘정신적 기아 상태’에 있다”며 “젊은 세대 다수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가 202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청년층의 58%가 “삶에 의미와 목표가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콕스 주지사와 코빈 연구원은 이러한 정신적 공백이 외로움, 불안, 우울, 자살, 마약 중독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타주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의 피의자가 오랜 온라인게임과 익명 채팅방 중독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점도 이 같은 ‘도덕적 방향 상실’의 단면으로 제시됐다. 코빈 연구원은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문명 전체의 주체성을 잃어가는 위기”라고 밝혔다.
광고·SNS·소비 신용…중독의 사슬에 묶인 경제
저자들은 특히 “미국의 경제 구조가 중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광고산업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Christopher Lasch)는 이미 1970년대에 “광고는 이제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 그 자체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오늘날 디지털 광고와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만족감보다 습관적 소비를 자극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좋아요’와 알림 표시의 색상조차 사용자의 도파민 반응을 유도해 습관적으로 앱을 확인하게 만드는 등 기계적 중독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Buy Now, Pay Later)’ 금융서비스, 온라인 스포츠 베팅, 포르노그래피, 전자담배(Vaping) 등이 ‘중독경제’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콕스 주지사는 “기업들이 제품의 사회적 영향보다 구매 유도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공화국의 건강한 토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타주, ‘도덕 회복’을 정책에 옮기다
유타주는 최근 미국 내에서 이러한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주로 평가되고 있다. 콕스 주지사는 “공공정책에 도덕적 판단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2023년 이후 미성년자 대상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틱톡(TikTok)과 스냅(Snap Inc.) 등 주요 플랫폼이 청소년의 ‘무한 스크롤’과 ‘푸시 알림’, ‘AI 챗봇’ 기능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주의력을 빼앗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 유타주는 틱톡·스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청소년 중독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주정부는 갭이어(gap year) 학생에게 유급 인턴십을 제공하고, 유타대학교는 군 복무·종교 선교·인도주의 활동에 대학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지 교육계에선 이를 “삶의 목적과 시민 책임을 자각하게 하는 제도 실험”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타주립대(USU)는 고전철학자 플라톤, 존 스튜어트 밀, 노자, 토크빌의 사상 교육을 일반교양 과정에 포함시키는 시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버드대 퍼블릭컬처프로젝트는 사회 각계 지도자들과 함께 ‘공공선’에 관한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