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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0% 철강관세에 철강업 메카 포항 '절체절명'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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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0% 철강관세에 철강업 메카 포항 '절체절명' (최종)

포스코 본거지 포항시, 대미 수출 26% 급감에 이강덕 시장 워싱턴행…"산업 도미노 붕괴" 경고
한·미 3500억 달러 투자 합의에도 철강은 '50% 관세' 유지…"동맹 우정이 거래적"
백악관 밖에서 펼침막을 들고 있는 이강덕 포항시장. 사진=포항시장실이미지 확대보기
백악관 밖에서 펼침막을 들고 있는 이강덕 포항시장. 사진=포항시장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도 한국 철강 산업은 어두운 길 터널을 통과해야 할 판국이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50%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메카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기업들과 포항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관세 여파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지난 7월 2억8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3억8200만 달러) 대비 26% 급감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수출량도 전년 대비 24% 감소한 19만4000t으로 2023년 1월 이후 최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 4일부터 관세율을 50%로 두 배 인상했다. 영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이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관세 충격은 포스코의 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룹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순이익은 800억 원으로 전년 동기(5500억 원) 대비 85.5% 급감했다. 회사 측은 "미국 관세, 철강 제품 수요 부진,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18.7% 준 6100억 원, 매출은 5.1% 줄어든 17조5600억 원을 기록했다.​

포항 지역 경제 전반도 흔들리고 있다. 철강 운송 트럭 운전사들은 소득이 3분의 1 감소했고, 물류 야적장에는 유휴 트레일러가 늘어났으며, 시내 곳곳에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포항시 인구는 2020년 50만4000명에서 올해 6월 49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정부는 포항의 위기를 인식하고 지난 8월 28일 포항시를 '선제적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2027년 8월 27일까지 2년 동안 긴급 유동성 지원과 저금리 정책 자금을 받을 수 있다. 포항시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철강산업 중심지로, 미국의 피츠버그에 비견되는 도시다. 포항제철이 모태가 된 포스코는 지난해 조강 생산량 3700만t을 기록한 세계 최대 철강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50% 철강 관세는 인구 약 50만 명의 이 항구 도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국 NBC 인터뷰에서 "포항이 '죽어가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철강 산업이 무너지면 건설·자동차·조선·에너지 산업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관세 충격에 대응해 미국 내 철강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포스코는 이듬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장 완공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관세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