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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고용 시장, AI로 '신규 채용' 억제...성장 정체에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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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고용 시장, AI로 '신규 채용' 억제...성장 정체에 위기감 고조

35일 셧다운 속, ACA 보조금 만료 리스크로 소비 위축 우려
미국 노동 시장이 실업률 안정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정체 속 전환기’에 접어들었으며, 인공지능(AI)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동 시장이 실업률 안정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정체 속 전환기’에 접어들었으며, 인공지능(AI)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미국 노동 시장이 실업률 안정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정체 속 전환기에 접어들었으며, 인공지능(AI)은 대규모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워싱턴 정가에서는 115일 기준 역대 최장인 35일째를 경신 중인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건강보험개혁법(ACA) 보조금 1년 연장을 핵심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7(현지시각) 악시오스(Axios) 보도와 미국 노동통계국(BLS), 의회예산국(CBO) 등의 최신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이 경색되고 정치 갈등으로 소비가 줄고 있다.

美 고용 시장, '위기' 아닌 '채용 정체' 양상 심화


미국 고용 시장은 길고 점진적인 둔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전면적인 패배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악시오스 매크로의 닐 어윈 공동 저자는 현재 상황을 위기가 아닌 둔화세로 판단하며, 고용 지표가 보여주는 이중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2000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측치인 75000명은 물론 건강한 경제 시기의 월평균 증가분(15만 명 이상)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고용 창출 동력이 크게 약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고용 시장이 건강한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일자리 증가 속도(Stall Speed)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웨일스 파고(Wells Fargo)의 이코노미스트 니콜 세르비는 분석했다. 하지만 대규모 해고 사태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악시오스 보도와 여러 데이터 출처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업률은 4.3%로 지난 몇 달간 거의 변동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시티(Citi)의 추산에 따르면, 111일로 마감된 주간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약 229000명 수준으로, 이는 대규모 해고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고 인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티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실업수당 데이터가 다른 해고 보고서만큼 암울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표는 기업들이 광범위한 인력 감축 대신 신규 채용 속도를 극도로 늦추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금융기관들은 계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지속 청구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실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풀이된다.

AI, 대량 해고 대신 '채용 억제' 요인으로 작용


노동 시장의 둔화 배경으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으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AI는 현재 대규모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억제'라는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 마켓의 매디슨 밀스 저자는 AI가 현재 노동 시장 약세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투자 은행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AI를 예상보다 빠르게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을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월가에서는 AI가 당장은 해고를 유발하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데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AI 기술을 사용하는 서비스 기업의 12%가 지난 6개월간 AI 사용 때문에 채용 규모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조사에서도 10%의 기업이 AI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 수요가 줄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가 기존 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여 당장 해고할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직원을 뽑아 인력을 확장할 필요성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 AI는 신규 채용 규모 자체를 줄이는 '고용 억제(Hiring Suppression)'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것이 지난 8월의 저조한 비농업 고용 증가분(22000)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대한 경고도 이어진다. 골드만삭스 연구진은 AI가 궁극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의 6%에서 7%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이 전환 기간 동안 실업률이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머, 회계사 및 감사, 법률 및 행정 보조원 등 주로 지식 기반 노동을 수행하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9200만 개의 직무가 대체되는 반면, 7800만 개의 새로운 역할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며, 기술 발전에 따른 대규모 직무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ACA 보조금 연장 협상, 정책 불확실성 증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둔화와 별개로, 워싱턴 정가의 정책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연방 정부 셧다운은 115일 기준 35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셧다운 장기화는 경제 지표 발표 지연뿐 아니라 공항 운영 및 식량 지원 등 필수적인 대국민 서비스 마비를 야기하며 경제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척 슈머 상원 소수당 원내대표(민주당, 뉴욕주)는 공화당에 만료 예정인 건강보험개혁법(ACA)의 강화된 프리미엄 세금 공제(보조금)1년 연장하는 법안에 대한 투표를 대가로 정부 셧다운 종료 법안에 투표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핵심 온건파 협상가인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민주당-미시간주)에 의해 내부적으로 추진되었다.

문제는 ACA 강화 보조금이 올해 말 만료될 경우 수백만 가구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카이저 가족 재단(KFF)의 분석에 따르면, 강화 보조금이 만료될 경우 보조금 수혜자들의 연평균 보험료 부담액은 114% 증가하여 평균 1016달러(148만 원)를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연소득 28000달러(4000만 원)인 개인은 연간 보험료가 1238달러(180만 원) 증가하며, 연간 소득의 약 6%를 보험료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월가에서는 이미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상황에서, 이처럼 중저소득층의 필수 지출이 급증할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또 다른 경제적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회예산국(CBO)은 강화 보조금을 2년 연장할 경우 약 600억 달러(87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350만 명의 순 보험 가입자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했다. 공화당이 보조금 연장을 통한 셧다운 종료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이나,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연내 타결 압박은 높아지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


미국 경제는 현재 급격한 경기 침체(Crisis) 단계보다는 AI 기술 도입과 긴축 재정 압박이 맞물려 고용 창출 동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전환(Structural Slowdown)의 시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는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채용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고용 시장의 성장률을 정체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노동 시장의 둔화세는 연말 소비 심리 위축을 야기할 수 있으며, 여기에 셧다운 장기화와 ACA 보조금 만료 리스크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가계의 재정적 압박이 가중될 위험이 크다.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정치권이 ACA 보조금 연장 문제를 포함한 재정 합의에 도달하여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지가 4분기 경제 심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기반의 생산성 향상이 미국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해소되지 않고 고용 정체가 심화될 경우 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