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디코드] SK하이닉스, H200 중국行 최대 수혜 예상…'90% 점유' HBM3E 주문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0 칩 중국 수출을 허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막대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200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의 주요 공급사라는 점 때문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들의 칩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미국의 규제 완화가 H200 출하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H200에는 통상 HBM3E 6개 유닛이 탑재되는데, SK하이닉스는 이 HBM3E의 주요 공급사로서 공급량이 불가피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Blackwell) B200보다는 기술적으로 한 세대 아래에 있지만, 이전에 중국 수출이 승인되었던 저성능 칩 H20보다는 성능이 월등히 높다. 엔비디아는 현재 H200 재고 소진 후 곧바로 신규 주문을 넣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200에 탑재되는 HBM 공급 구조는 SK하이닉스가 중심이며 마이크론이 2차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H200용 HBM 공급 자격을 확보하며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한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200용 HBM3E 물량의 약 90%를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중국 수출 재개는 추가 주문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90% 수치가 과장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이 HBM 물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HBM4에 주력하여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이익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엔비디아가 H200 주문을 늘릴 경우,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가 만장일치로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H20 주문에 대한 제한이 있었던 점을 들어 H200 조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한다. 또한 엔비디아가 H200 판매 수익의 25%를 미국 정부에 관세로 납부해야 하며, 이 비용이 메모리 가격에 전가되어 공급사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있다.

H200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규정 준수를 위해 성능을 낮췄던 H20의 단점을 보완한 칩이다. H200은 호퍼 아키텍처의 최첨단 제품이며, H20보다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 반면 B200은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플래그십 AI GPU로, 현재 중국 수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 재개는 HBM3E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게 단기적으로 압도적인 실적 회복 모멘텀을 제공할 것입니다. H200에 6개의 HBM3E가 필수적으로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H200 출하 증가는 HBM 시장 성장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관세가 최종적으로 메모리 제조원가에 전가될지 여부와, 중국 정부의 자국 칩 보호 정책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단기 수혜와 중장기 HBM4 경쟁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며 AI 메모리 패권을 다툴 것입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