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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시민권자 배우자도 체포…그린카드 인터뷰장이 '덫'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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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시민권자 배우자도 체포…그린카드 인터뷰장이 '덫' 됐다

지난 2012년 8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이민서비스국(USCIS) 사무소 앞에 민원인들이 모여 있다. 이날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추방 유예 완화 정책에 따라 청년 불법체류자들의 임시 합법 신분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2년 8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이민서비스국(USCIS) 사무소 앞에 민원인들이 모여 있다. 이날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추방 유예 완화 정책에 따라 청년 불법체류자들의 임시 합법 신분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사진=로이터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들이 영주권(그린카드) 신청 절차의 일환으로 참석한 인터뷰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자 기한이 만료된 상태였지만 그동안 시민권자의 직계가족에게는 신분조정 기회가 보장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NBC뉴스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지역에서만 수십 건이 보고됐고 뉴욕과 클리블랜드, 유타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이민 전문 변호사들과 지역 언론이 전했다. 피해자들은 영국 여성,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 해군 출신 미군의 아내, 결혼 1주년을 앞둔 독일 남성 등 다양하다.

◇ “수십 년간 허용된 절차였는데…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뒤엎어”

이민 변호사들은 이번 체포가 수십 년간 이어진 정책 관행과 배치되는 ‘전례 없는’ 조치라면서 체포 대상자들은 대부분 범죄 기록 없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샌디에이고에서 활동 중인 이민 전문 변호사 잰 조지프 베하르는 “이 같은 체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며 “상당히 파괴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민 정책 강화 기조의 연장선으로, 특히 합법적 경로를 통한 영주권 신청 절차에도 의도적으로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체포한 이유에 대해 “비자 기간 만료로 신분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민 변호사들은 “과거에는 시민권자의 배우자에 한해 신분 조정이 예외적으로 허용돼 왔다”며 반박했다.

현행 미국 이민법상 미국 시민의 직계가족(배우자 포함)은 일시적으로 신분이 불법 상태였더라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 인터뷰 중 갑작스런 체포…“사실상 함정에 빠진 것”


실제 사례들을 보면 부부가 이민서비스국(USCIS) 인터뷰를 잘 마치고 1차 심사를 통과했지만 직후 ICE 요원들이 들이닥쳐 체포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은 이후 석방돼 영주권을 승인받았고, 해군 출신 미국인의 아내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독일 남성과 영국 여성은 여전히 구금 상태다. 모두 비자 기한을 넘겨 불법체류 상태였지만 법적으로는 영주권 신청 자격이 있는 이들이었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베하르는 “영주권 인터뷰는 정부 수수료와 변호사 비용 등 모든 절차를 마친 이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받는 절차”라며 “정상적인 경로를 밟고 있는 사람들을 이 시점에 체포하는 건 사실상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민변호사협회의 대관 담당 국장인 셰브 달랄데이니도 “폭력 범죄자를 잡는 데 집중하겠다는 원칙은 온데간데없고 수십 년간 합법으로 간주되던 절차를 밟은 이들이 체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정부 실수로 추방 명령”…법원 통지 없이 일정 변경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변호사 코트니 코스키는 25년간 미국에 거주한 멕시코 출신 여성이 지난달 24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해당 여성은 이전 정부의 실수로 인해 법원 출석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고 그 결과 추방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고 범죄 경력도 없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있었다.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같은 날 부부의 결혼 신청이 승인됐지만 여성은 이후 여러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남편 제러미 라워는 “그날 그녀를 체포할 계획이 애초에 잡혀 있었던 것 같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매슈 트래거서 USCIS 대변인은 NBC뉴스에 “이민법 위반, 체포영장 보유, 범죄 또는 사기 경력 등이 있을 경우 USCIS 사무소에서 체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ICE 측도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목표 아래 연방 이민법을 집행하고 있다”며 “USCIS 사무소처럼 연방 기관에 불법 신분으로 출입할 경우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