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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전환’의 그늘…칠레 리튬 채굴 계획에 원주민 “생명의 근원 위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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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전환’의 그늘…칠레 리튬 채굴 계획에 원주민 “생명의 근원 위협” 반발

리오틴토-코델코, 세계 2위 염전 ‘마리쿵가’ 개발 본격화… 물 부족 및 생태계 파괴 우려
증발 방식의 수자원 85% 손실 논란 속 원주민 공동체 “신성한 영토 파괴하는 제로섬 게임”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리튬 광산에 있는 염수지. 녹색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남미 전역에서 발견되는 '화이트 골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리튬 광산에 있는 염수지. 녹색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남미 전역에서 발견되는 '화이트 골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소재인 리튬, 이른바 ‘화이트 골드’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광산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칠레의 원주민 공동체와 환경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각) 가디언(The Guardian)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 광산 기업 리오틴토(Rio Tinto)와 칠레 국영 구리 회사 코델코(Codelco)의 합작 투자가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염전인 살라르 데 마리쿵가(Salar de Maricunga) 개발을 추진함에 따라 현지 생태계와 원주민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 ‘물 집약적’ 추출 방식과 연약한 안데스 생태계의 충돌


해발 376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마리쿵가 염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희귀 동식물 53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은 극심한 물 소비를 동반한다.

현재 칠레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증발 방식’은 염수를 거대한 풀로 펌핑한 뒤 태양광으로 증발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유입된 수자원의 85%에서 95%가 손실된다.

안토파가스타 대학교의 크리스티나 도라도르 미생물학자는 “마리쿵가는 안데스 플라밍고와 과나코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미생물이 서식하는 독특한 핫스팟”이라며, “리튬 추출 후 화학 물질이 포함된 물을 다시 주입하는 방식(DLE)조차 염평원 전체의 미생물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주민 지도자 레슬리 무뇨스 리베라는 “마리쿵가는 우리 물의 원천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며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했다.

◇ 10%만 참여한 형식적 협의… “이익은 북반구가, 쓰레기는 우리가”


원주민 공동체들은 이번 개발 계획이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콜라 민족 국가 위원회는 지역 원주민 인구의 단 10%만이 협의 절차에 초대되었으며, 그마저도 세부 사항만 논의하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영토와 신성한 장소가 파괴되는 것에 분노하며 협의 절차 확대를 위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은 과거 피노체트 독재 정권 하에서 토지를 빼앗겼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0년 민주화 이후 간신히 땅을 되찾고 공동체를 재건해온 이들에게 리튬 광산 개발은 제2의 수탈로 다가오고 있다.

이사벨 고도이 이사는 “우리는 비싼 전기차를 타지도 않고 삶의 질이 향상되지도 않는다”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결국 우리 영토에서 물을 빼앗고 쓰레기만 남기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 카스트 행정부의 규제 완화 예고… ‘환경보다 상업화’ 우선


상황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오는 3월 취임 예정인 칠레의 초보수 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당선인은 민간 주도의 리튬 채굴을 신속히 상업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환경 보호 및 규제 기관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령을 발표하며 국가 주도의 리튬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환경 분쟁 관측소의 루시오 쿠엥카 소장은 “산업화된 국가들은 소비 습관을 바꾸지 않은 채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채굴 규모만 늘리고 있다”며, “국가의 보호 역할이 축소되면서 칠레의 수자원 시스템과 사람들의 생계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색 미래를 위한 ‘화이트 골드’ 전쟁이 지구상 가장 건조한 땅 아타카마의 생명줄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