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유럽 4강 경쟁 가속화…2030년 보급률 4%, 2035년 10% 전망
황화물 주류·산화물 고급화·고분자 틈새…토요타 2027년 렉서스 탑재, 삼성SDI 연 1.5만개 생산
황화물 주류·산화물 고급화·고분자 틈새…토요타 2027년 렉서스 탑재, 삼성SDI 연 1.5만개 생산
이미지 확대보기12일(현지시각) SMM(상하이유색금속망)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약 30여 개 기업이 참여 중인 고체 배터리 시장은 현재 다양한 기술 경로와 지역별 파벌이 얽힌 '공학-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당초 2026년으로 예상됐던 상업화 시점은 기술적 난제와 비용 문제로 인해 2030~2035년 사이로 소폭 연기되는 추세다.
기술 경로: 황화물의 주도권 속 산화물·고분자의 추격
해외 시장은 '황화물 주류, 산화물 고급 제품, 고분자 틈새시장'이라는 명확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황화물(Sulfide)은 토요타, 삼성SDI, SK온 등 주요 기업의 60% 이상이 채택한 노선이다. 액체 전해질에 근접하는 높은 이온 전도도를 지녀 500Wh/kg 이상의 에너지 밀도 구현이 가능하다.
토요타는 2027년 렉서스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목표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낮은 화학적 안정성과 까다로운 공정(산소 차단 환경)이 대량 생산의 걸림돌이다.
산화물(Oxide)은 퀀텀스케이프(미국), 프로로지움(대만) 등이 주도하며 안전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퀀텀스케이프의 기술은 1000Wh/L의 체적 에너지 밀도와 400만 km 수명을 자랑하지만, 취성(깨지기 쉬운 성질)과 입자 간 저항 문제로 대규모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고분자(Polymer)는 프랑스 블루 솔루션즈 등이 대표적이며 유연한 설계가 장점이다. 기존 롤투롤(Roll-to-roll) 공정과 호환이 가능해 공정성이 좋으나, 60~80°C의 고온에서만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어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역별 경쟁: 일본의 기술력 vs 미국의 자본 vs 한국의 생산성
미국은 자본이 주도한다. 퀀텀스케이프 등 유니콘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받았으나, 양산 일정은 한일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다. 활발한 자본시장이 강점이나 상업화 경로는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
한국은 확장형 모델을 추구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공격적인 생산 확대와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연간 1만5000개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SK온은 2029년 양산을 목표로 대전과 테네시 등지에 파일럿 공장을 운영 중이다.
유럽은 고급 응용에 집중한다. 소재 혁신과 장비 개발을 통해 항공우주, 의료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공략하며 가치 사슬 상류를 선점하고 있다.
대량 생산의 병목 현상과 미래 전망
공격적인 일정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핵심 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계면 임피던스(저항) 저하, 저온 성능(영하 20도에서 용량 30% 감소), 액체 배터리 대비 2~3배 높은 생산 비용 등이다. 특히 황화물 전해질의 비용 절감이 실질적인 상업화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SMM은 2029년이 결정적인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까지 전 고체 배터리 보급률은 약 4%, 2035년에는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으로는 황화물 전해질과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리튬 금속 음극재의 조합이 고급 모델에서 먼저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저비용 산화물이나 LFP 반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과의 연계
고체 배터리의 상업화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중국 BYD는 2025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업체에 등극했으며, 2025년 전기차 판매량은 225만 대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그러나 고체 배터리의 높은 생산 비용은 여전히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도요타가 2027년 렉서스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초기에는 프리미엄 차량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의 생산 능력은 전기차 시장의 연간 수백만 대 수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2029년 SK온의 양산 목표도 대량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배터리 경쟁의 새로운 국면
고체 배터리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산업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은 정부-대기업-완성차 업체의 긴밀한 협력으로 기술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공격적인 생산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유럽은 항공우주, 의료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분석에서 크게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대 중반, 고체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에너지 저장 장치(ESS),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황화물 노선이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산화물과 고분자도 각자의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