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135억 달러 역대 최대 투자… 에너지·광물 싹쓸이
美 영향력 약화 틈타 '독자 공급망' 요새화… 희토류·리튬 장악
美 영향력 약화 틈타 '독자 공급망' 요새화… 희토류·리튬 장악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호주 그리피스 대학과 상하이 녹색금융개발센터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가스·친환경 등 '메가 프로젝트'가 투자 주도
그리피스 대학 연구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투자와 건설 계약 규모는 2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4년) 1226억 달러(약 180조 원)보다 75%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체결 계약 건수도 2024년 293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로써 2013년 일대일로 출범 이후 누적 투자액은 1조4000억 달러(약 2064조 원)에 이르게 됐다.
지난해 투자는 초대형 사업인 '메가 프로젝트'가 이끌었다. 콩고공화국의 가스 개발 사업(사우전펙 주도), 나이지리아의 오기디그벤 가스 혁명 산업단지(중국화학공정그룹 주도), 인도네시아 북칼리만탄의 석유화학 플랜트(퉁쿤·신펑밍 그룹 합작) 등이 대표 사례다.
크리스토프 네도필 왕 그리피스 대학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이런 메가 프로젝트들은 과거에 볼 수 없던 규모"라며 "개발도상국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 기업의 대규모 사업 수행 능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12년 전만 해도 작았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성장을 위해 더 큰 프로젝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I·데이터센터 붐에 구리 등 광물 투자 '사재기'
분야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전체 투자를 주도했다. 에너지 분야 투자액은 939억 달러(약 138조 원)로 일대일로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풍력, 태양광, 폐기물 에너지화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만 180억 달러(약 26조 원)가 투입됐다. 중국이 청정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금속과 광물 채굴 분야 투자도 326억 달러(약 48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는 대부분 해외 광물 가공 시설 확보에 집중됐다. 특히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공급 부족을 겪는 구리 확보에 자금이 몰렸다.
누적 투자 2000조 원 육박… 전 세계 희토류·리튬 제련망 '손아귀에'
중국이 이번 '돈폭탄' 투자를 단행하면서 2013년 일대일로 출범 이후 쏟아부은 누적 투자액은 총 1조4000억 달러(약 2064조 원)에 이른다. 이 천문학적인 자금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을 넘어, 글로벌 핵심 자원의 '채굴-제련-가공'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자 제조 강국인 중국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핵심광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원자재 시장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제련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 제련 비중 역시 각각 60~70%를 웃돈다. 광물을 캐내는 것은 아프리카나 남미일지라도, 이를 고순도 소재로 바꾸는 '제련' 과정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러한 자원 통제력은 중국의 제조 경쟁력과 직결된다. 중국은 확보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전기차 배터리의 60% 이상을 생산하며 녹색 기술 제조업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에너지와 광물 공급망을 더욱 요새화함으로써, 향후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중국을 배제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美 배제한 공급망 구축"... 부채 함정 우려도 여전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공격 행보를 미국의 견제에 맞선 '공급망 요새화' 전략으로 해석했다.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중국 프로그램 선임 국장은 "중국의 해외 관여는 자립도 제고와 공급망 회복력 확보, 기술 통합을 지원하는 전략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며 "미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국가와 결속을 강화하는 패턴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개입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 중국의 투자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도필 왕 교수는 "글로벌 무역과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국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과 대체 수출 시장 확보를 위해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대일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50개국이 참여하며 중국을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만들었지만, 개발도상국의 부채 상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024년 보고서를 통해 "일대일로가 파트너 국가들에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지우고 불투명한 대출 조건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이 투자한 항만 등 기반 시설이 민간 용도뿐 아니라 군사 목적으로도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CRS는 "중국이 역외 금융 활동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어 서방 분석가들이 일대일로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