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1000조 AI 반도체 판도를 뒤엎을 '메모리 전쟁' 2막
창고에서 지휘소로, 스스로 계산하는 '지능형 칩'이 열어젖힌 반도체 제국의 새 주인은?
창고에서 지휘소로, 스스로 계산하는 '지능형 칩'이 열어젖힌 반도체 제국의 새 주인은?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반도체와 인공지능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소프트웨어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전력과 시간의 80% 이상이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낭비된다. 미국과 유럽의 팹리스 및 파운드리 업계가 주목하는, 인류의 컴퓨팅 구조를 통째로 바꿀 5가지 혁신 기술을 긴급 진단한다.
칩 안에서 직접 생각하는 PIM(지능형 메모리)
첫 번째 격전지는 PIM(Processing in Memory, 메모리 내 연산)이다. 이 기술의 파괴력은 역할의 파괴에서 나온다. 기존 구조에서는 GPU가 계산하고 메모리는 창고 역할만 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창고와 공장을 오가는 사이 지연 시간과 발열이 발생한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아예 연산 장치를 심어버린다.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인 행렬 계산을 메모리가 스스로 처리하고 결과값만 GPU에 전달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PIM 도입 시 기존 구조 대비 에너지 효율이 수십 배까지 치솟는다. 이는 향후 인공지능 서버의 전력난을 해결할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로 묶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꺼지지 않는 기억력, 초저전력 MRAM(자기저항 메모리)
세 번째 기술은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의 선두주자인 MRAM(Magnetoresistive RAM, 자기저항 메모리)이다. MRAM은 데이터를 전기가 아닌 자기 상태로 저장한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속도는 DRAM만큼 빠르다. 특히 전력 소비가 극도로 제한적인 스마트폰(On-Device AI)이나 자율주행차(Edge AI) 환경에서 독보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MRAM이 인공지능 가속기 내부의 캐시 메모리를 대체하며 전력 킬러인 인공지능 칩의 체질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 신경망을 닮은 아날로그 칩 ReRAM(저항 변화 메모리)
네 번째는 고집적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ReRAM(Resistive RAM, 저항 변화 메모리)이다. ReRAM은 전기 저항의 변화로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구조가 단순해 메모리를 빽빽하게 쌓기에 유리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메모리 내부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 신경망 작동 방식과 흡사하여, 적은 에너지로도 복잡한 신경망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차세대 저전력 인공지능 가속기용 메모리로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엔비디아와 TSMC가 설계하는 최종 병기, 3D 칩 적층(SoIC)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은 엔비디아와 TSMC가 협력하여 준비 중인 3D 칩 적층(SoIC, System on Integrated Chips) 기술이다. 이 기술은 수평으로 배치하던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직접 쌓아 올려 하나의 칩처럼 연결한다. 기존의 HBM 방식보다 데이터 이동 거리를 수백 배 이상 단축하며,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가속기와 차세대 메모리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결합되는 이 구조는 향후 5년 내 반도체 산업의 먹이사슬을 완전히 뒤바꿀 최종 진화형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반도체의 저력, 글로벌 표준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
이 같은 5대 신기술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이미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CXL 2.0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의 판도를 바꿀 CXL 3.0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PIM 기술을 적용한 가속기 에이아이엠(AiM)을 실전에 배치하며 연산 효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양사 모두 차세대 메모리인 MRAM과 ReRAM에서도 독보적인 특허와 시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HBM에서 증명한 한국 메모리의 지배력은 3D 칩 적층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메모리 전쟁의 진짜 승부처
인공지능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미세하게 깎느냐를 넘어 데이터를 얼마나 안 움직이고 처리하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HBM이 단순히 도로를 넓힌 확장이었다면, 위 5가지 기술은 도로 위에서 즉시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에 가깝다. 이 기술들이 성숙 궤도에 오르는 순간, 엔비디아가 세운 GPU 왕국조차 메모리 중심 컴퓨팅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명운은 이제 HBM 수율을 넘어, 이 5대 차세대 아키텍처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려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뉴욕증시] 유가 폭등·고용 충격에 3대 지수↓](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6030706492802791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