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통화 대신 디지털 통화 연결망 선택…탈달러화의 현실적 경로가 열리다
이미지 확대보기홍콩에 기반한 영문 매체인 아시아타임스(AsiaTimes)는 지난 1월29일‘브릭스 국가들이 새로운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위한 첫 번째 트랙을 마련했다’는 제하의 보도에서, 브릭스가 달러나 기존 국제 결제망을 대체할 단일 통화를 추진하는 대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연동하는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는 통화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국경 간 결제에서 달러와 서방 금융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글로벌 결제 인프라 구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은 국경 간 지불을 해당 은행이나 달러 중심의 스위프트(SWIFT, 전 세계 은행 간 안전한 자금 이체를 위한 국제 금융 통신망)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국가 통화로 직접 결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동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면 브릭스 국가들은 더 빠른 결제, 더 낮은 거래 비용, 그리고 서방 정부의 제재나 자산 동결에 대한 노출 감소 등의 이점들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 통화 포기, 기술 연동으로 방향 전환
아시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들은 단일 공동 통화 도입 방안을 사실상 배제했다. 회원국 간 경제 구조와 통화 정책, 금융 시스템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공동 통화는 정치적·제도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각국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기술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실행 가능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더 적합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 결제 방식은 각국이 자국 통화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국경 간 거래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달러를 중개 통화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국제 결제에서 달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평가다.
인도, 디지털 루피로 결제 허브 역할 모색
새로운 결제 인프라 구상에서 인도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는 디지털 루피를 시험 운용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브릭스 국가들의 디지털 통화를 연결하는 기술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특정 국가의 통화를 중심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각국 통화를 동등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결제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특정 통화나 국가에 대한 종속을 피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금융 제재와 결제망 무기화에 대한 대응
브릭스 국가들이 새로운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선 배경에는 기존 국제 결제망이 정치적 압박과 제재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서방 주도의 결제망에서 배제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최근 국제 정세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대안적 결제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새 결제 시스템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고 브릭스 국가 간 교역과 금융 거래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는 기존 결제 질서를 즉각 대체하기보다는, 병행 구조 속에서 점진적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탈달러화의 선언 아닌 질서 변화의 축적
아시아타임스는 이번 움직임을 탈달러화를 상징적으로 선언한 사건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 질서가 단극 구조에서 다극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무적 진전으로 평가했다. 달러의 지위가 단기간에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결제 인프라 차원에서 대안이 축적될수록 달러 중심 체제의 균열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릭스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 시도는 기술과 지정학이 결합된 변화가 금융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국제 통화와 결제 체제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