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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獨 라인메탈, 무기 넘어 우주로 확장…공격적 행보에 경쟁사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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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獨 라인메탈, 무기 넘어 우주로 확장…공격적 행보에 경쟁사들 긴장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CEO. 사진=로이터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이 지상 무기 체계를 넘어 우주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유럽 방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전차와 포병 무기 제조사로 알려진 이 기업은 위성 생산과 군 통신망 구축까지 진출을 본격화하며 미국 대형 방산기업과 유사한 다영역 방산그룹을 지향하고 있다.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인정하면서도 독일이 향후 4년간 우주 기술에 투입할 예정인 350억 유로(약 60조5500억 원) 규모의 군사 예산을 핵심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페르거 CEO는 라인메탈이 파트너들과 함께 200억 유로(약 34조6000억 원)를 넘는 3개 우주 사업 입찰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독일 정부의 전략의 일환이라고 FT는 풀이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해 12월 라인메탈이 핀란드 위성 기업 아이스아이와 합작해 추진하는 첫 위성 생산 계약을 승인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0억 유로(약 3조4600억 원)다. FT는 "최근 라인메탈이 독일 군을 위한 스타링크 유사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놓고 공동 입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라인메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반에서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는 흐름을 기회로 삼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00억 유로(약 17조3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1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파페르거 CEO는 2030년까지 매출 500억 유로(약 86조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같은 시점까지 유럽 전역에서 약 3000억 유로(약 519조 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목표를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예상되는 전체 방산 지출 약 2조 유로(약 3460조 원)의 15%에 해당한다는 계산이다. 파페르거 CEO는 2022년 발표된 독일군 현대화 특별기금 1000억 유로(약 173조 원) 가운데 약 400억 유로(약 69조2000억 원)를 이미 수주했다고 추산했다.

독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라인메탈의 급성장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드레아스 마트펠트 기독민주당 소속 연방의회 예산위원은 “라인메탈은 대규모 주문을 처리하고 글로벌 방산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독일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과도한 집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모리츠 슐라리크 킬 세계경제연구소장은 라인메탈이 국방부의 조정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경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인메탈은 136년의 역사 동안 독일 현대사와 함께 부침을 겪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농기계와 타자기 생산으로 전환했고 냉전기에는 서독 군용 장비를 공급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문 매각을 추진하며 무기와 군수 중심 기업으로 재편 중이다.

지난해에는 F-35 전투기 동체 생산에 착수했고 무장 드론을 자체 개발했으며 첫 조선소 인수도 발표했다. 유럽 전역에 탄약 공장을 세워 2027년까지 연간 155㎜ 포탄 110만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 공장 건설 지연과 일부 장비 납기 차질 등 실행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쟁사들은 라인메탈의 영향력 확대에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위성 스타트업 콘스텔러의 캐시 웰링 최고운영책임자는 단일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면 산업 생태계의 회복력과 혁신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계약이 공개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점도 정치권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독일 국방부는 개별 기업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조달 결정은 군의 필요와 엄격한 규정, 정치적 통제 아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파페르거 CEO는 모든 사업을 따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최근 핀란드 파트리아에 장갑차 사업을 내준 사례에서도 독일 여러 주 정부 수장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방산 분석가 사시 투사는 라인메탈이 “매우 큰 약속을 하고 있다”면서도 “유럽 재무장을 위해서는 야심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페르거는 2030년대 초반까지 수주 전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