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회사 인센티브 이중 계산으로 1710만 달러 수익 부풀려… 재무 신뢰도 치명타
한화, 직접 지분 9.9%에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헤지 포지션에도 평가 손실 우려
한화, 직접 지분 9.9%에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헤지 포지션에도 평가 손실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해운 전문 매체 '더디씨엔(The DCN)'이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스탈은 미국 자회사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약 1710만 미국 달러(USD, 약 246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EBIT)을 과대계상하는 실책을 범했다. 이번 사태로 오스탈 주가가 하루 만에 약 23% 폭락하면서,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한화그룹도 보유 자산 가치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는 단순한 주가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엄중한 상황이다.
미 해군 사업 인센티브 '이중 계산' 확인… 2026년 실적 전망 대폭 하향
오스탈이 호주 증권거래소(ASX)에 제출한 공시를 보면, 이번 오류는 반기 결산 검토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지점은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Mobile) 소재 오스탈 미국 법인(Austal USA)이 수행 중인 '미 해군 견인·구조·구난함(T-ATS, Towing, Salvage and Rescue Ship)' 건조 사업이다.
오스탈의 공시 원문에 따르면, 해당 계약에 따른 인센티브 수익이 진행률 기준(percentage of completion)으로 이미 장부에 반영되었음에도, 남은 사업 기간의 예상 수익을 산출할 때 같은 인센티브를 전액 다시 포함하는 이른바 '이중 계산'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2026 회계연도 예상 영업이익은 실제보다 약 1710만 미국 달러를 높게 부풀려졌다.
회계 오류 수정 발표가 나오자 13일 호주 증시에서 오스탈 주가(ASX: ASB)는 전일 종가 6.31호주달러에서 22.82% 폭락한 4.87호주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최저가는 4.51호주달러까지 떨어져 낙폭이 28%를 넘기기도 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억 호주달러(약 5100억 원)가 증발한 셈이다. 오스탈 측은 2026 회계연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기존 1억 3500만 호주달러(약 1377억 원)에서 약 1억 1000만 호주달러(약 1122억 원)로 약 18.5% 낮춰 잡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이 오스탈 미국 법인의 첫 번째 회계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4년 8월 오스탈 USA와 모회사 오스탈 리미티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를 통해 총 2400만 달러(약 346억 원)의 민사 제재금을 납부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오스탈 USA가 연안전투함(LCS) 건조 과정에서 비용 추정치를 조작하여 수익을 부풀린 혐의와 관련된 것이었다. 같은 미국 자회사에서 불과 2년도 채 안 되어 또다시 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스탈의 내부 통제 체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주주 한화의 고심… 지분 가치 하락과 내부 통제 리스크 부상
이번 사태에서 주목받는 이해관계자는 오스탈을 호주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의 핵심 파트너로 점찍고 지분을 매집해 온 한화그룹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통제하는 법인 'HAA Pty Ltd'는 2025년 3월 오스탈 직접 지분 9.9%를 주당 4.45호주달러(총 약 1억8300만 호주달러, 약 1867억 원)에 매입했다. 이와 별도로 한화는 현금결제 총수익스왑(TRS)을 통해 추가 9.9%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확보해 두었다.
이후 2025년 12월 12일, 호주 재무장관 짐 찰머스가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권고를 수용하여 한화의 직접 지분을 19.9%까지 확대하는 것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 승인에 따르면 한화는 19.9%를 넘어서는 지분 확대가 금지되며, 민감 정보 접근 제한과 이사회 후보 추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부과됐다. 다만 FIRB 승인과 실제 추가 매입 완료는 별개의 절차로, 2026년 1월 이후 ASX 공시에서 '주요 주주 변동(Change in substantial holding)' 기록이 확인되고 있어 한화의 추가 지분 확보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오스탈은 130억 호주달러 (약 13조 2600억 원)이상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 육군 상륙정(LAND 8710) 건조 계약(10억 2900만 호주달러)과 미 해군 해양감시함(TAGOS-25) 사업(최대 31억 9500만 미국 달러) 등 굵직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9.9% 한도까지 승인을 받은 한화 입장에서는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딜레마로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균열… 한화 글로벌 방산 로드맵에 변수
평가 손실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파트너사에 대한 신뢰의 균열이다. 한화는 오스탈을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호주와 미국 양국의 함정 건조·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관통하는 글로벌 방산 협력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으려 했다. 한화가 2024년 필리 조선소를 1억 미국 달러(약 1444억 원)에 인수한 것과 함께, 오스탈 지분 확보는 미국 해군 함정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 포트폴리오 구축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방산 업체의 핵심인 회계 시스템에서 구멍이 드러나면서, 향후 협력 과정에서의 내부 통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2024년 SEC 합의에 이은 반복적 회계 문제라는 점에서, 시장은 이번 사건이 단발성 실수인지 아니면 오스탈 미국 법인의 구조적 관리 부실을 드러내는 징후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오스탈은 오는 19일 예정된 반기 실적 발표에서 이중 계산이 발생한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상세히 밝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주요 주주인 한화 입장에서는 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파트너사의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 셈"이라며 "한화가 확보한 헤지 포지션이 단기 재무적 충격을 일부 완화하더라도, 반복되는 회계 문제가 한화의 글로벌 방산 로드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