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발 산업 재편 우려에 시장 ‘급냉각’... 상업용 부동산·물류로 투매 확산
연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까지 겹치며 증시 ‘상투’ 신호... 메모리 반도체 투심 주목
연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까지 겹치며 증시 ‘상투’ 신호... 메모리 반도체 투심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3일 배런스(Barron's)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넘어 금융, 부동산, 물류 전반으로 투매 현상이 번지는 모양새다.
AI가 휩쓴 뉴욕 증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공포 확산
뉴욕 증시의 가파른 조정은 역설적으로 'AI의 성공'에서 시작됐다. AI 기술이 너무나도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역설적으로 기존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DataTrek Research)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기술혁신은 특정 산업에 국한됐으나, AI는 산업 전체를 정조준한다"며 "시장은 AI가 잘 작동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과정에 누가 생존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나스닥 지수는 2% 넘게 급락했고, 다우 지수 역시 5만 선을 내주며 1.34% 하락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 그룹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단 이틀 만에 24% 폭락했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사무실 수요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린 탓이다.
기술주 가치 평가의 한계와 안전 자산으로의 이동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진 점도 증시 상투론에 힘을 실어준다. 팩트셋(FactSet) 자료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부문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3.8배 수준에서 멈춰 섰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인 22.6배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콜라스 설립자는 "AI 열풍의 중심인 기술주조차 높은 가치 평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다른 업종이 주가 배수를 높이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우량 채권 시장으로 향했다. 지난 13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05%까지 내려가며 지난달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도 강력한 수요가 몰렸다.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기관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채권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메모리, ‘병목 해소’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독자 노선
글로벌 증시의 혼란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투자가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병목 지점이 ‘메모리 용량’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AI 가치사슬의 중심축으로 대접받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와 UBS 등 주요 투자은행은 SK하이닉스가 2026년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며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4 양산 준비와 커스텀 반도체 시장 확대를 통해 실적 도약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 때, 한국 기업들은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곡괭이와 삽’으로서 독보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 "올해 말에나 기회 올 것"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둔화세를 보였으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중고차 가격 하락이 지표를 착시 현상으로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이체방크 경제팀은 "임대료 상승세가 여전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3%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을 오는 연말 이후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 이후 후임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 전 이사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더라도,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한 표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장의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드는 요소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제프 드그라프 회장은 "강세론자가 약세론자를 40%포인트 앞서는 등 투자 심리가 과열된 상태"라며 "지금은 추격 매수보다 주가 하락 시 조금씩 사들이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우 5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주는 환희는 순간이다. 시장은 AI가 가져올 '창조적 파괴'가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될지, 아니면 기존 질서 붕괴로 끝날지를 냉정하게 시험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